2038년 한국시리즈 7차전

1:0으로 앞선 9회초 마지막 수비.

그리고... 2사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

덕아웃 김재호 감독의 한마디.

'이영하 내'

이영하. 그가 누구인가. 두산에서만 224승을 한 명실상부한 두산의 레전드. '시즌이 끝난후 은퇴하겠다' 라고 자신의 1년 후배이자 명포수로 이름을 날린 박유연과 예고은퇴를 선언한 그의 마지막 경기에, 결정적인 위기. 김재호감독은 그의 관록을 믿고 이영하를 기용한다

묵묵히 투구연습을 하던 이영하는 터벅터벅 투수판쪽으로 걸어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젠 잠실구장의 이런 느낌도 다신 못 느껴보겠지, 하고 이영하는 거침없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새기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 이영하는 자신이 손에 쥐고 있었던 모자를 머리에 씌우며 투구에 임하기 시작한다.

초구.  백전노장인 그도 긴장이란 건 했나 보다. 커터가 바깥쪽으로 멀리 빠져나갔다. 두산팬들이 자신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제 2구, 바깥쪽 꽉찬 스트라이크. 손맛이 좋음을 느끼게 된다.

제 3구, 몸쪽 떨어지는 절묘한 포크볼에 상대팀 타자의 배트가 나가고만다. 

제 4구, 하이패스트볼 유인구, 하지만 상대팀 타자가 속지않는다. 155km직구를 던졌던 예전의 자신을 회상하면서 탄식한다.

제 5구, 몸쪽 패스트볼, 혼신을 다해 142km직구. 제구가 잘됐지만 스트라이크콜은 들리지않는다. 풀카운트.

...그리고 제 6구째, 상대팀 타자가 직구를 노린다는 것을 알지만 그는 상관없다. 바깥쪽 아래로 던질 뿐이다.

그리고 상대팀 4번타자의 스윙을 허공을 가르고, 대수비로 들어온 박유연이 울면서 자신에게 뛰어 오는 것을 느끼면서 

절대로 울지 않을 것 같은 자신의 눈에 눈물이 쌓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평생 웃으실 것 같은 감독이 울면서 한 마디를 한다. 

'해냈구나 영하야'

이듬해, 그의 등번호 50번은 이영하의 영구결번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