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나 경찰청에서 각자의 무기를 장착해 소속팀으로 복귀하고 있다. 목표가 있는가.
1군에서 많은 경기를 뛰고 왔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무엇이든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2군에서 오래 있었던 선수들은 이 기간 동안 야구를 잘해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나는 복귀 후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내 자신을 보강해야 한다.
두산 시절 경기 후 불 꺼진 야구장에 나가 혼자 타격훈련을 했다.
나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다 한다. 모두 다 아구를 잘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 혼자 속앓이하는 스타일이지 않은가.
야구를 하다 보니 나름 프로 9년 차가 됐다. 사실 그동안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야구를 즐겁게 하진 못했다. 즐겁게 한다기보다 직업적인 의무감으로 몸과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 여기 와서 다시 한 번 야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얻어가려 한다. 즐겁고 편한 마음을 안고 절실해져서 돌아가고 싶다.
'독기' 영광의 상처
젊었다. 열정과 패기가 넘쳤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을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몸이 깨지더라도 승리가 좋았다. 주위에서 부상을 걱정했다.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부상보다 부진이 싫었다.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하고, 몸을 날려 아웃카운트도 올려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파인 플레이로 인해 부상의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훌훌 털고 일어나더라.
개인 성적 때문에 나를 거칠게 다룬 것은 아니었다. 살고 싶어서 몸을 던졌다. 그러한 상황이 오면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한다.
이러한 플레이 때문에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바지가 찢어질 정도로 무릎이 깨져 피가 났다. 경기 후에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그런데 약도 안 바르더라.
흉터는 많다. 까지고 피나는 정도의 상처는 괜찮다. 어디가 부러지고 못 움직일 때가 아픈 거다. 다음 경기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약을 바른다고 해서 빨리 낫겠는가. 내일 또 해야 하는데... 또 터질 텐데... 어머니가 속상해하신다. 약 좀 바르라고. 그런데 이건 상처도 아니다. 딱지가 생기면 떨어지고 또 붙고 떨어지는 것 아닌가.
프로 데뷔 첫해부터 1군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기회가 날아갈 뻔했다. 그때 김경문 감독이 자주 출몰하는 석촌호수에 가서 깁스한 팔로 방망이를 돌려 감독의 마음을 돌렸다더라.
어렸을 때부터 기회가 빨리 왔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다.
악바리다. 절친 박건우는 정수빈에 대해 "친구이기 전에 프로로서 인정하는 선수" 라고 말했다.
내가 1군 경기에서 뛰면 부러워했다. 속으로 너희가 더 잘 할 것인데라고 생각했다. 건우와 경민이는 원체 잘했던 애들이다. 나는 이들보다 일찍 기회를 얻었을 뿐이다. 실력은 이 두 선수들이 더 좋다. 건우와 경민이는 워낙 잘 하는 선수이기에 기회가 왔을 때 자기 것으로 잡았다. 제 자리에 간 것이다.
경기 후 야구장에서 뒹굴던 모습이 기억난다. 다른 곳보다 야구장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답답할 땐 불 꺼진 그라운드에 그냥 누워있었다. 하늘을 보며 누워 있다가 집에 갔다. 집을 좋아한다. 뭐 안 하고 집에 가만히 있는 것도 좋아한다.
인터뷰 중 정수빈이 지나가던 kt 위즈 전민수에게 인사했다. "민수 형, 왜 여기 있어요?" 라고 묻자 전민수가 "야구 못 해서" 라며 피식 웃었다. 씁쓸한 기운이 가실 때쯤 정수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랑 똑같네" 라고 혼잣말했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속이 곯아 있었다.
매가리 없이 어깨가 축 처져있었다. 그러나 결국 숙제를 풀 수 있는 건 그 자신밖에 없다. 정수빈은 "이곳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한 가지밖에 없다. 방망이를 잘 치는 것이다. 군 복무 중 좋아진 선수들을 많이 봤다. 2년이란 시간 공안 어떻게든 잘하려는 마음으로 해볼 것" 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선수들이 개조되어 나간다는 이곳 경찰청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목표가 자꾸 바뀐다. 일 년 일 년 지나면서 생각도 바뀐다. 솔직히 어릴 땐 눈에 띄는 화려한 플레이를 좋아했다. 지금은 꾸준하게 하는 선수다. 눈에 띄지 않지만, 조용한 강자가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인터뷰라 가지고 옴 제대 후에 날아다니다가 부상당한 건 진짜 아깝다 내년엔 더 잘했으면! 이땐 기죽어 있는 게 인터뷰에서도 느껴지더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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