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왕비 51세·후궁 57세

심적 중압감·스트레스 탓인듯

조선시대 왕비의 평균 수명은 51세였으며, 당대 최고의 의료 지원을 받았음에도 후궁보다 수명이 6년 짧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선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는 ‘한국사연구’ 최신호에 실린 ‘조선시대 왕실여성의 사인(死因) 유형과 임종장소 변화’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조선시대 왕비와 후궁의 수명,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조선시대 왕비로 추존된 인물을 포함해 태조부터 순종 연간까지 비(妃) 46명과 후궁 175명 중 수명이 정확하게 파악되는 48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평균 수명은 왕비 51세, 후궁 57세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연구 성과에서 양반가 여성 평균 수명으로 알려진 45세보다는 길다.

이 박사는 왕비가 후궁보다 일찍 사망한 것에 대해 “평균 수명이 47세였던 조선시대 왕들처럼 내명부(內命婦·궁녀 조직) 최고 여성으로서 정신적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짓눌려 살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왕비 중 환갑을 넘긴 사람은 18명에 불과했다”고 했다. 왕비 가운데 70세를 넘어 사망한 사람은 15.2%로, 후궁(31.1%)의 절반 수준이다.

사망 원인이 확인된 왕실여성 97명을 분석해 보면 단순히 ‘병’으로 기록된 사례가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치적 이유 등으로 죽임을 당하는 ‘사사·처형’이 16명이었다.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된 ‘산고·산후병’은 11명, 폐 질환은 10명이었다.

후궁의 사망 장소는 조선 전기 궁가(宮家·왕자와 공주 등의 집)에서 후기 사가(私家)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박사는 “후궁은 자신이 모시던 왕이 사망하면 궁궐 밖으로 나가야 했다”며 “조선 초기에는 왕이 승하했을 때 편하게 관리하기 위해 후궁들을 모아 궁가 한곳에 살게 했으나, 후궁들이 왕의 명복을 빈다는 이유로 불교 행사를 치르자 왕실은 궁가를 혁파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