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밤. 골목길을 급하게 뛰어가던 설아씨는 지나가던 남성을 피하다 넘어졌어요.
그녀는 멍든 무릎을 잡고 생각했죠.' 여자라서 다쳤다. 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그날 설아씨는 sns에 글을 남겼어요.
'여성혐오로 다친 무릎'
이 피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공유되고 빠르게 기사화되었습니다.

얼마 안가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어요.
'여성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그녀의 사연은 여초까페에서 큰 화제가 되고, 20만 명의 동의가 신속히 이루어집니다.

며칠 후 관련 토론에서 여성 정치인이 소신 발언을 하는데요.
'이건 성별의 문제라기 보다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이후 그녀는 빚발치는 항의와 탄핵 시위까지 겪으며 본인의 성감수성 부족을 사과하는 글을 올립니다.

한편, 여성학자가 티비에 나와서 말했어요.
'여성이 느끼는 고통과 혐오를 부정하는 건 전형적인 백래시입니다'
여성 차별과 고충을 소재로 한 각종 책과 드라마는 대히트를 쳤죠. 이에 감명받은 여성들은 정기 시위를 이어갔어요.
정부의 모부처에서는 설아씨의 사례를 교육 자료로 만들고 미혼 여성의 지원을 늘렸습니다.

설아씨가 완치된 후 출근 길. 그녀의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오늘도 추워서 땅이 얼었다는데 조심히 다니렴'
'?? 땅이 얼은건데 왜 내가 조심해야되죠? 난 피해자라구요! 당신같은 가부장 정말 싫어!'
설아씨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갔습니다.

얼마 후 유튜브에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어요. 혼자 뛰어가다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흠칫 놀라 넘어지는 설아씨를요.

사람들은 비난을 퍼부었고, 여성학자가 다시 등장해 하소연합니다.
'여성이 그렇게 착각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해야하며, 단순 비난하는 것은 백래시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여초까페는 조용했고, 누구도 이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어요.
가끔씩 기사 끄트머리에 그녀의 착각이 언급되다 사그라들었습니다.

건조한 어느 날의 경찰서.
남자연예인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악플을 달고 모욕죄로 신고 당한 설아씨가 앉아있었습니다.
'여자라서 이렇게 되었다.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난 피해자예요.'
합의금을 건네는 아버지 손가의 주름이 유난이 깊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