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기도에 사는 A씨(여)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발신인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B씨였다. A씨 가족을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30대 여성이었다.

과거 A씨의 동생과 교제했던 B씨는 1심 선고 전 A씨 가족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적 있었다고 한다. 마음을 졸이며 편지를 열어본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가족의 주민등록번호와 집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어서다. B씨는 편지에서 “2시간 반에 걸쳐 열람 등사 서류를 보고 왔다”면서 A씨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을 언급했다. 4장에 걸친 편지엔 A씨에 대한 욕설과 협박이 가득했다고 한다.

당황한 A씨는 의정부지법으로 향했다. B씨에 대한 항소심이 열리는 법원이었다. A씨가 법원 등으로부터 파악한 내용은 이랬다고 한다.

구속 상태였던 B씨는 지난해 11월 교도관과 동행해 의정부지법에서 자신의 1심 공판기록 등을 열람했다. 항소심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등사 신청을 했고 며칠 뒤 기록을 받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B씨가 A씨 가족의 개인정보를 취득했을 것으로 A씨는 의심하고 있다. 자초지종을 묻는 A씨의 질의에 법원 관계자는 “B씨가 열람한 재판기록을 확인한 결과 개인정보를 가리기 위해 붙여뒀던 마스킹 테이프가 떨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누락되어 있던 건 아니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따서 B씨가 그런 것 같다”며 답했고 일주일 뒤엔 “CCTV 확인 결과 B씨가 마스킹 테이프를 뜯고 무언가를 적은 뒤 주머니에 넣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지난달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B씨를 추가로 고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혐의였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 처리자인 법원과 담당 공무원의 관련 법 위반 사항은 없는지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기 고양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B씨가 재판기록을 열람하던 당시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이 사건 관련해 고소와 별도로 개인정보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고려 중이다. A씨를 돕고 있는 이재승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이 재판기록을 열람하고 등사할 때 비실명처리를 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재판장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있는 만큼 향후 법을 개정해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