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들이 최근 ‘설계사 비하’ 논란을 일으킨 SBS 교양프로그램 ‘호구들의 비밀과외(보험편)’의 다시보기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영상물 삭제 가처분 신청 및 심의기관에 제재 요청 등 법적 조치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해송 소속 문동주 변호사는 현직 보험설계사 1000여명의 위임을 받아 SBS측에 지난달 26일 방영된 ‘호구들의 비밀과외(보험편)’의 삭제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호구들의 비밀과외’는 다양한 업계의 비밀을 해당 업계 전·현직 종사자나 관련 전문가가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털어놓음으로써 ‘호구’가 되기 쉬운 일반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포맷으로 제작된 교양 프로그램이다.

문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통해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성실하고 정직하게 영업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다수의 보험설계사들을 ‘고객을 등치는 사기꾼’으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은 보험모집 방식과 DB수집 활동을 마치 다단계나 개인정보의 불법적인 판매인양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보험회사와 보험대리점의 영업 행태와 그 부정적인 측면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보험에 관한 올바르고 유용한 정보를 재미있게 제공한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문 변호사는 내용증명에서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상세히 서술했다.

먼저, 고객DB 수집 및 판매에 대해서는 “회사는 마케팅 활용 및 제3자 제공, 혹은 보험가입을 위한 상담에 동의한 고객에 한해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며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는 거래의 대상이 되는 하나의 ‘재화’이며, 이는 모두 합법적인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비단 보험영업에만 국한된 방식도 아니다”고 말했다.

보험영업을 ‘합법적 다단계’ 내지 ‘피라미드 구조’로 묘사한 것에 대해서는 “다단계판매란 판매원이 특정인을 해당 판매원의 하위 판매원으로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판매원의 가입이 3단계 이상 단계적으로 이뤄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라며 “보험 영업실무의 시스템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불법 다단계가 ‘피라미드 판매방식’인데, 방송에서 보험영업을 피라미드 구조라고 단언하는 발언을 여과 없이 방영한 것은 일부 관계자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객관적인 사실인양 일반화하는 것으로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지인영업과 종신보험 판매를 문제시한 방송 내용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문 변호사는 “지인인 보험설계사를 통해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결코 문제가 될 수 없다”며 “그 설계사가 주변 지인에게 보험을 모집한 뒤 ‘나 몰라라’ 하면서 제대로 관리해 주지 않는 것은 해당 설계사의 문제이지 이를 보험업계 전체에 만연한 일반적인 문제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문 변호사는 이 사건 프로그램이 관련 법령과 판례의 법리 등에 비추어 봐도 문제가 크다고 지적하면서 SBS 측에 🔼홈페이지 다시보기 서비스 중단 🔼SNS 채널(유튜브·페이스북 등)에 업로드한 프로그램 영상 삭제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만약, 이러한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문 변호사는 “귀사(SBS)가 문제점을 인정하고 위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위임인들은 귀사를 상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재조치의 요청, 영상물 삭제가처분 신청 등의 추가적인 법적 조치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