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MBN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 지상파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발표 10분 뒤 인용 엠바고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지상파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 산하 KEP(Korea Election Pool·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는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7시30분 MBN '종합뉴스'에서 김주하 앵커가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발표 10분 후 인용 보도 원칙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를 지키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종합편성채널 중 JTBC가 유일하게 단독 출구조사를 진행했는데, MBN은 JTBC 출구조사 결과 인용은 보도 엠바고를 지켰다.

지난 3일 KEP는 종합편성채널 및 뉴스전문채널, 포털 등에 '공동출구조사결과 인용 주의사항'을 알리고, 발표 후 10분 뒤인 오후 7시40분에 인용 보도할 것을 요청했다. JTBC 역시 지난 4일 출구조사 발표 10분 뒤 인용 보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MBN 개표 방송에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발표 직후 김주하 MBN 앵커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상황실 화면을 보면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금 누가 웃고 있습니까"라고 말하자, 선한빛 앵커가 "더불어민주당 상황실, 국민의힘 상황실 모두 다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라고 답변한다.

이어 김주하 앵커가 엠바고를 깨는 발언을 이어간다. 김 앵커는 "그러니까 지금 나온 걸 보면 민주당이 47.8%, 국민의힘이 48.4% 0.6% 차이입니까"라고 말하자, 선 앵커는 "이런 결과의 차이라면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도 득표율의 차이가 가장 좁은 선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고 말한다.

방송사 입장에선 출구조사가 선거 시기 영향력과 시청률,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이기에 엠바고를 엄격하게 두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JTBC가 지상파보다 앞서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하자, 손석희 전 JTBC 사장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일도 있다.

'10분'의 엠바고 시간 동안 시청자들이 어느 채널에 머물지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에, JTBC도 종편 최초로 단독 출구조사를 진행한 측면도 있다.

이 사실을 인지한 최선호 KEP 위원장(SBS 선거단장)은 미디어오늘에 "3월 중 지상파 출구조사 인용 보도 엠바고 원칙을 깬 매체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14일 최은수 MBN 보도국장에게 '지상파 3사 출구조사 엠바고 깬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전화와 문자로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