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처음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한영외고의 학생부 제출을 막았다. 학생부만 신속히 확인했어도 이렇게 질질 끌고 오지는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보험들 듯 학생부 정정 여부를 심의하라고 한영외고에 요청했다. 그리고 ‘내로남불’ 심판을 받은 대선이 끝나자 3선 출마를 앞둔 조희연 교육감이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다.

서울교육청, 대선 끝나자 조민 학생부 정정 심의

한영외고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학생부를 정정하면 조민의 고려대 입학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은 취소될 수도 있다. 그러니 윤석열 후보의 당선은 조민에게는 절망인 것이다.

부산대도 의전원 입학 취소 예비행정처분 청문 절차를 모두 끝내고 8일 청문의견서를 대학본부에 제출한 상태다. 정국 상황을 살피며 질질 끌던 부산대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까지는 고려대만 별 움직임이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씨의 ‘자녀 비리 입시’ 혐의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의 요지는 조민 입시 논란 ‘7대 스펙’이 허위였다는 점이다.

7대 허위 스펙은 ①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②동양대 표창장, ③동양대 어학원 교육원 보조연구원 활동, ④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 확인서, 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확인서, ⑥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확인서, ⑦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제1저자 등재와 인턴 확인서다.

서울 강남에 사는 조민은 고교시절부터 축지법 쓰듯 전국을 돌며 인턴을 했다. 능력이 초인적이다. 입학원서 상으로 보면 서울에 살면서 부산의 호텔에서 인턴을 했고, 공주와 영주(동양대)까지 넘나들었다.

그런데 고려대 입학처와 부산대 의전원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확인과 검증 절차가 있었더라면 조민은 합격하지 못했을 터다. 입시 공정성 문제에서 대학의 책임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고려대는 “절차 대로”만 반복, 정의와 진리 무색

고려대는 여전히 신중하다. 1심 때는 2심, 2심 때는 3심을 보고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하더니 대법원 판결 후에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했다. 입학취소처리 심의위원회에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 지가 언제인가. 2021년 8월이다. 그런데 진전이 없다.

미국 대학이라면 어땠을까. 미국 대학은 입학원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위조하면 입학 취소, 등록 취소, 추방, 학위 취소까지 추상같은 조치를 한다. “부정확한 언급을 하거나, 대학이 요구한 정보를 숨기거나, 거짓 정보를 작성하거나, 사기·위조문서를 첨부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캘리포니아대 입학원서 중).”

고려대도 규정이 있다. “입학 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흠결이 발견된 경우 입학취소처리심의위에서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 명확히 손질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 규정대로라도 고려대 생명과학대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한 조민은 입학 자체가 무효다.

왜 그런가. 조민의 허위 스펙 7가지 중 4가지가 고려대 입시와 관련이 있어서다. 단국대 인턴경력과 논문 제1저자 등재 기록, 공주대 인턴 경력,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경력이다. 이 스펙은 대법원이 명백하게 허위라고 판정했다. 그런데 고려대는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에서 입학취소처리에 관한 사항을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만 한다. 고려대의 교훈은 자유, 정의, 진리다.

정유라는 속전속결 중졸…정권 눈치 보기 차이

여기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 사건이 떠오른다. 정유라는 2015학년도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수시 전형 서류평가에서 9등이었다. 합격하려면 6등 안에 들어야 하는데 면접에서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뒤집어졌다. 면접 점수를 최고로 받았다. 정유라 보다 앞 순위에 있던 수험생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정유라 사태가 알려지자 교육부는 전광석화 조치를 내렸다. 2016년 11월 24일 정유라를 고발했다. 이대생도 들고 일어났다. 그러자 이화여대 법인인 이화학당은 특별감사위원회를 가동해 당시 체육과학부 2학년을 휴학 중이었던 정유라에 대한 퇴학 및 입학취소를 결의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날렵했다. 서울교육청은 2016년 12월 5일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유라씨의 청담고 졸업장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정유라 출신학교인 청담고와 선화예중에 대한 특감 결과, 정씨의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학사관리와 성적관리 상의 특혜를 광범위하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씨의 졸업을 취소하고 ▶출결 상황과 성적 등 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을 수정하며 ▶수상 자격을 박탈하고 수상 내역도 삭제하는 등 정정조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를 ‘교육농단’이라고 규정했다. 결국 정유라는 최종 학력이 중졸(선화예술학교)로 바뀌었다.

부모의 그릇된 욕심이 조민에게 좌절 안겨

여기서 조민과 정유라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정유라 사건이 터지자 이대생들이 들고 일어나자 학교가 즉각 조치에 나섰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동시에 움직였다. 반면 조민 사건은 달랐다.

코로나19로 캠퍼스가 조용한 상황이었고, 대학 측은 좌고우면했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게 정유라와 조민의 차이가 되었다.

아버지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기 전까지는 운이 좋았다. 교수 부모의 철저한 지원, 대학의 엉성한 입시 덕을 봤다. 그런데 의사는커녕 고졸로 학력이 바뀌게 될 운명이니 인간적으론 안타깝다.

부모의 그릇된 욕심이 한 젊은이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인생의 큰 좌절을 겪고 있다. 부모 잘못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