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문 대통령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한 이해찬 전 총리는 한국 특사가 과거에 한 번도 겪지 않은 ‘외교적 결례’를 경험했다. 시 주석은 긴 직사각형 테이블의 상석(上席)에 앉고 이해찬 특사를 시 주석 오른쪽에 앉혔다. 그 자리는 통상 시 주석이 보고를 받을 때 아랫사람들이 앉는 자리다. 가령 중국의 외교부장이나 성장(省長), 홍콩 행정장관 등이 시 주석을 면담할 때 그 자리에 앉는다. 대통령 특사는 한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에 통상 대통령과 같은 외교적 대우를 받는다. 2012년 초 박근혜 대통령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한 김무성 특사는 시진핑 주석과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그런데 이해찬 특사는 졸지에 시진핑 아랫사람 대접을 받은 것이다. 이런 외교적 결례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한 번도 없었다. 중국으로부터 이런 푸대접을 받아놓고도 문 정부는 중국 측에 한마디 항의도 못 했다.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3박4일의 방문 기간 중 문 대통령이 중국 측으로부터 공식 초청받은 식사 자리는 2회에 불과했다. 총 8번의 식사 중 6번이 ‘혼밥’이거나 ‘한국인끼리의 식사’였다. 방문 이튿날 아침 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중국의 평범한 식당에 앉아 ‘혼밥’ 하는 장면은 우리 국민에게 큰 굴욕감과 수치심을 안겨주었다. 한국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나라에서 공식 스케줄이 없어 동네 식당에서 밥 먹는 모습은 문 정부 외교의 무기력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베이징에 있으면서도 문 대통령과의 식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수료 이래 한 번도 겪지 못한 외교적 치욕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공식 행사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왼팔을 잡아당기거나 툭툭 치는 행동을 보였다. 초청국의 외교 수장이 방문국의 정상에게 이런 무례한 행동을 한 것 역시 세계외교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 치욕스러운 일은 문 대통령을 수행한 기자단이 중국 경호원들로부터 집단구타를 당한 일이다. 한국 기자들과 중국 측 경호원 간에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중국 경호원들이 다짜고짜 기자들을 넘어뜨려 발로 얼굴을 짓밟는 행위는 외교 행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의 국빈 방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 측이 한국과 한국 대통령을 얼마나 하찮게 봤는지가 기자단 구타 사건 이면에 깔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 언론과 국민이 중국의 실체를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대학 시절 이영희의 ‘8억인과의 대화’로 중국을 공부한 그들은 마오쩌둥의 공산혁명에 심취하고 중국에 환상을 품었다. 그들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만나면 이야기가 통하고 사드 문제도 금방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자신했다. 2017년 1월 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별다른 준비도 없이 베이징을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방문단은 중국 외교부 직속의 국제문제연구원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중국 측으로부터 사드 배치의 부당성에 대한 설교만 듣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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