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수신료 폐지가 세계에서 시대적 흐름이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올해 안에 폐지하는 법안을 23일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고, 상원도 이번 주에 뒤따를 전망이라고 한다. “잘 보지도 않는 공영방송 수신료를 왜 내야 하느냐”는 국민 불만의 반영으로, 똑같은 여론이 비등(沸騰)하는데 되레 KBS 수신료 인상까지 추진하는 한국 일각의 시대착오도 새삼 일깨워준다.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공영방송 수신료 징수의 원조(元祖) 격인 영국 BBC도 지난 1월 일단 2024년까지 동결했고, 2028년부터 폐지를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이스라엘·캐나다 등은 2020년 이전에 이미 없앴다. 민간 영역이 발전하면서 풍부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매체·다채널 시대여서 공영방송은 존재 이유부터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스웨덴 등에선 수신료를 아예 세금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극히 일부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도 TV 수신기 보유 가구의 전기료에 병합해 강제 징수하는 KBS 수신료 매월 2500원을 3800원으로 올리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20년 기준 전체 직원의 46.4%가 억대 연봉자인 방만 조직의 운영을 위해 세금과 다름없는 국민 수신료 부담을 크게 키우겠다는 발상부터 어불성설이다. KBS 수신료도 폐지할 때다. TV·라디오·인터넷 등에 걸친 다수 공영방송의 폐해와 함께, 모두 민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한국과 프랑스는 빼닮았다. 국회는 그 관련 입법 또한 서둘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