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찝찝하게 얹힌 고구마.

1절로 끝났으면 좋았을 법 했다. 꾸역꾸역 4절까지 부른다. 끝나기를 기다려봤지만 카타르시스는 없다. 고구마를 먹다 명치 끝에서 살짝 얹힌 느낌이다. 마주하기 불편한,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고,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박해준, 김소진 등 초특급 배우들이 함께한다.

강점과 약점이 공존한다. 생화학(바이러스) 테러라는 소재가 양날의 검이다. 코로나19 이전이었다면 픽션으로 접했을 영화 속 이야기가 지독히도 가깝게 느껴진다. 이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지만, ‘많은 이가 반기는 공감대인가’란 면에선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군가 극장에서 기침이라도 한다면 생화학 실험실에 갇힌 듯 굉장히 찝찝한 러닝타임 140분이 될 수도 있다. 보고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소재를 차치하더라도 훌륭한 연출력은 아니다. 감독은 ‘반전’에 강박이라도 있는지 이야기를 몇 번이고 꽈배기처럼 꼬아놓는다. ‘될 듯 안 될 듯’ 이야기를 변주해야 쫄깃한 긴장감을 준다지만, 이건 쫄깃하다 못해 고무처럼 질긴 질감이다. 질겅질겅 씹다가 어렵게 삼켰는데, 그 끝맛마저 만족스럽지 않다. ‘열린 결말’이 잘못 사용된 예라고 하는 이도 있겠다.

항공 재난 액션물로선 충실한 볼거리다. 이야기가 좀 더 리드미컬하고 소재적 거부감만 없었다면 나름 즐길만한 장면들도 군데군데 포진돼있다.

대단한 배우들이 포진한 터라 연기 앙상블은 안정적이다. 이병헌은 이병헌대로, 송강호는 송강호대로 그들의 롤을 정확히 해낸다. 그 중 임시완의 연기 변신이 가장 강렬하다. 순한 눈빛을 어떻게 이용해야 광기로 비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잠시 등장한 이현균도 단시간내 캐릭터성을 확 불태운다.

다만 국토부 장관 ‘숙희’ 캐릭터는 일차원적으로만 그려져 아쉽다. 연기력으론 1등인 전도연의 능력이 아깝게 소진된다. 다음 달 3일 개봉.

■ 고구마지수 : 3.9개

■ 수면제지수 :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