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조낸 축하한다.
정말 남의 경사에 배 안 아프고 이렇게 기뻐해 보긴 처음인 것 같다.
솔직히 나도 백수라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던 차에 너 보고 많이 위안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난 얼마전에 갔던 면접에서 물먹었다. 중소기업이라고도 말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공장이었는데, 뭐 사장은 사람이 좋아 보였고, 월급은 초봉 150만 부르더라. 그러면서 내가 지거국 출신인데 고용해서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일 시키기가 미안하고 부담스럽다고 훈훈한 덕담도 해 주시던데.
결국 서로 싸인이 어긋나서 일은 안하는 걸로 했다. 자리 소개 해 준 분한테도 미안하지만 어쩌겠냐. 일이 정말 안 맞는 거 같은데.
솔까 나도 내 주제를 아는지라 이것 저것 가릴 처진 아니다만, 까데기도 좋고 몸 좀 쓰고 운전도 하고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같은 걸로 사무일도 보고 문서 작성도 하고 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도저히 거래처 뚫는 영업은 성격에 안 맞아서 못하겠더라. 이것 저것 기본 적인 잡무 하다가 일 익숙해 지면 거래처 뚫을 영업사원으로 쓸 요량인 것 같아서 주춤 했다.
거기서 심하게 망설이는 듯한 기색을 보였더니 역시나 연락이 안 오네.

그리고 면접시에 구체적인 업무내용과 근무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자꾸 비전을 내세우면 조낸 불안하더라. 저런 식으로 낚여서 1년씩 두번이나 허송세월한 적이 있어서 이젠 나이도 있는지라 확실한 자리에서 확실하게 받은 만큼만 일하고 싶다.

솔직히 내가 조낸 잘 나가는 인재이면 중소기업 문 두드리겠나?
나도 얼렁 취업해야 하는데 마땅한 자리도 없고 보낸 이력서는 분쇄기로 바로 고고씽 했는지 연락도 없고, 요즘 내가 아주 새치만 늘어간다.

유비 부디 추노 찍지 말고 끝까지 버티거라. 뭐 사람이 일하면서 돈 욕심이 왜 안나겠냐마는 월급이란게 꾸준히 지급연체 안되고 때 맞추어 나오는 회사에 다니는 것도 복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