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호르몬의 분비, 즉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등의 신경세포의 자극으로 일어나는 일종의 관념론적 착각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은 이러한 관념론적 착각과 도파민이 주는 자극에 중독이 되어 소위 말하는 ‘연인관계’를 유지해 나가며, 플라토적 사랑이든 에로스적 사랑이든 결국 모든 사랑은 쾌락으로 귀결된다고 믿어왔지요.(그것이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간에, 대부분의 한국여성들은 자신의 사랑의 쾌락을 정신성에 근거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여성들일수록 육체적 쾌락에 목말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사랑과 이별에 슬퍼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호르몬에서 분비되는 쾌락이 단절되었다는 사실과 더 이상 상대방을 소유할 수 없다는 상실감에 의해서라고 보고 있었지요.

그런 제가 어제 밤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이성적인 관점으로 과학과 철학에 근거하여 이별을 바라보려 했으나 막상 제가 겪게 되니 생각처럼 마음을 추스르기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 역시 더 이상 호르몬에 의한 쾌락을 느낄 수 없다는 상실감과 상대를 소유할 수 없다는 욕망 때문인 것일까요? 사랑 앞에선 저도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