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알바 월급 100정도 받는 놈이 한달에 6만원하는 탁구장 회원 등록을 하고 말았네요.
탁구는 20살때 부터 치기 시작했던 내 유일한 취미입니다. 몸이 병신이라 잘 치진 못합니다.
요새 너무 안 움직이고 휴일마다 집구석에 쳐 박혀 있고 그러다 보니 자꾸 자살 충동이 일어나서
바깥세상과 교류해보려 탁구장에 등록했습니다. 건강도 챙길겸.
그런데 탁구장 회원분들의 나이가 너무 지긋하시네요. 대다수가 40대 이상.
서른 한 살인 제가 제일 막내같네요. 세대차이나서 대화가 잘 안 통할 것 같아요.
가뜩이나 말수가 없는데 큰일이네요.
암튼 오늘 어느 회원분이랑 쳤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쳐서 그런지 압도적으로 쳐발렸네요.는 핑계고
실력이 개떡같아서 쳐발린거지요.
근데 진짜 분위기가 묘했습니다.
저랑 치기 전엔 분위기가 활기찼었는데 저하고 치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급 다운 되더군요.
아아 저의 다크오라가 주위에 점염된 거 같습니다. 구경하시던 분들도 하나 둘 집으로 가시고 흑흑...
뭐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유일한 취미가 탁구인데, 탁구장 사람들과 마저도 어울리지 못하고 금방 그만두고 했지요.
그래서 탁구 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실력은 그 자리임.
몇 개월 치다 어울리지 못하고 몇 년 칩거 생활 무한 반복.
오늘 첫 날인데 등록한거 살짝 후회 중.
암튼 이런 건 있습니다. 탁구 칠 때 만큼은 두려움과 우울함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좋아요.
하지만 이건 또 하나의 현실도피인 거 같아요. 지금 제 처지를 생각해보면 한가하게 탁구나 치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건강 문제인데 디스크 치료를 지난 주까지 했었는데
탁구치다 다시 디스크가 도질까 걱정되네요.

같은 나이지만 유비와 나의 차이점은 이건 거 같네요.
유비는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변화를 시도하려는 점.
저는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두려워 해 현실도피 하려는 점.
지금 처지는 비슷할 지 모르지만 5년, 10년 뒤에 저와 유비는 엄청난 차이가 벌어질 것 같네요.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유비가 부럽고 그러한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