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살살 아려오더라 얼얼하더라
존나 열심히 했거든 존나 수량미스도 많이 내고 그래서 또 다들 나보고 천천히 하라고는 했지만 좀 후딱할려고
욕심내다보니 미스도 종종 나고 그래서 선임인 주임들이랑 같이 물건도 찾으러 뛰댕기고 그래서 더 미안해서
열심히 하고 그랬는데 덕분에 더 열심히 아작나는거지 자키끌고 다니랴 출고파트까지 뛰댕기랴
십라 왜 천천히 하라는지 알거 같더라 급하게 하면 미스도 많이 나고 일단 느려도 좋으니 정확해라 그 소리였는데
아니 시발 난 퇴근하고 고시원 도착하면 10시 11시인데 빨리 안 끝내고 싶겠어?

그러다가 그 중에 주임 하나랑 말문이 좀 트였어 나랑 이름도 비슷한 양반이라 하여튼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나보고 잠을 얼마나 자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그냥 요새 늦게 끝나고 하다보니 대여섯시간 잔다고 했지
그러더니 하는 소리가
"와 그래도 ㅇㄹㅇ씨 잠 많이 주무시네요 저는 서너시간 자는데 ㅎㅎ"
이러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자기같은 주임들은 우리같은 애들 퇴근하고서도 더 뛰댕긴대 남은 일들 최종적으로
다 마무리하는거지 그래서 대여섯시간 자는것도 엄청 많이 자는거고 평소 평균이 서너시간 자는거 ㅇㅇ 토요일같이
물량 넘치는 날은 다음날 쉰다해도 정말 주말같지도 않은 주말을 보내는거지...
근데 참 안쓰러운게...... 이 일에 엄청 자부심을 갖고 있는거야.......
딱 봐도 나랑 나이차도 별로 안나뵈고 또 난다해도 나보다 동생같구만

이 업체(의 센터의 이 부서)같은 경우는 다른 일반적인 업체들이랑 다르게-대동소이하겠지만-정규직이 되려면 주임직책을 거쳐야한대
이 주임이란게 마치 계약직 비스무리했어 아니 계약직이라고 보는게 낫겠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업무성과에 따라서 기간이 1년이 될수도
2년이 될수도 있는데 거의 통상적으로 보면 2년이라고 보는게 나을거야
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 이렇게 고생을 하는거래 다른데같은 경우는 초반부터 고졸 상대로도 정규직 모집하고 그러는데 여기는 좀 다른가봐
조건이 더 좋은건지 아무튼 자기는 이제 기간이 6개월 남았다고, 그래서 더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거래
그냥 난 보기 좋다고 열심히 하라고 잘 하라고 그랬지

근데 속마음은 아니었다
씨발 정신차리라고, 고작 일주일 다닌 놈이 할 소리는 아니지만 하지만 나조차도 일주일도채 안되서 감이 딱 잡히는데
이건 진짜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시발 존나 기술이 되는것도 아니고 어디서 인정받는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수량파악 물건파악하고 아침부터 별보일때까지 죽어라 까대고 나르고 하는게 뭐가 대단한거라고 그리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지
시발 주야교대만도 못한 이딴 삶을 살려고 그렇게 정규직에 목매다는거냐고 멱살잡고 흔들어주고 싶었다
그 업체의 연봉이랑 조건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지만 여기 반장인지 실장인지 하는 정규직 양반조차도 우리랑 똑같이 퇴근을 하는데
한달에 오륙백 줘도 그렇게 살고 싶나 모르겠더라 차라리 그럴 시간에 공부하고 일배우고 여가생활 보내고 연애하고 그러는게 낫지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거든

근데 생면부지 초면에 내가 그럴수가 있나 그리고 언제한번 퇴근할때 이쪽 부서 간부차량 타고서 같이 퇴근했었거든
그 아저씨도 나이 지긋해보이시는데 우리랑 똑같이 퇴근하는거보면 높은 위치는 아닌거 같고 아무튼 차안에 룸미러에
자식 사진이 걸려있는데 그거 보고서 참 기분이 필설로 형용할수가 없더라 아무리 처자식 먹여살린다지만은
기술도 연봉도 크게 전혀 안되는건데 이렇게 먹고살아야하나 이게 행여나 미래의 결혼한 내 모습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대

그렇게 상식밖의 컬쳐쇼크를 겪은 지방촌놈인 나는 며칠간 나조차에 대해서 미래에 대해 심각히 고민도 해보고 그러다가
무릎도 모자라서 허리까지 맛탱이가 가버렸지 무엇보다도 평균 대여섯시간을 자고 나머지는 그렇게 죽어라 자키끌며
파렛트 나르고 물건 나르고 해온게 결국 쌓이고 터진듯..노가다할때도 안 퍼진 나인데 ㅎㅎ
그리고 알바몬에다가 과대포장 모집공고 올리고 나한테도 잔업 많아도 괜찮냐고 낚시질한 그 아웃소싱 직원놈
엿좀 먹어보라고 회사 며칠 째다가 자동으로 퇴사크리 
그렇게 고시원에서 앓아눕다가 고시원에서 가까운 수원 모 화장품 업체 물류센터로 들어가게 됐지
맨첨에 내가 알아봤던 그 업체 ㅇㅇ 물류에서 이렇게 개고생하고서도 정신못차리고 지원한거지 지게차 자격증 썩히기 아까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