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영화엔 “여성 어디 갔소” [우먼타임스 2004.10.20 10:56:00]          매년 한국영화가 질과 양에 있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영화를 볼 때면 늘 나의 주체성과 자의식에 위협과 압력을 가하는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는 “여자는 안 된다”는 저주의 주문을 외워대 기운 빠지게 만들거나 분노하게 만든다. 그 목소리는 한국영화가 국제무대에 진출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하다. 올해 특히 흥행을 거둔 전쟁영화만 봐도 그렇다. 도대체가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전쟁영화에 전쟁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여성이 등장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장이었던 한반도에는 분명히 여성들이 있었고, 어떻게 보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여성의 삶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2004년 개봉한 약 60편의 한국영화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여성의 삶을 진지하게 그린 영화는 거의 전무하고 대부분은 남성의 성장기, 학창시절, 복수극, 성공기, 영웅담을 그린 남성 캐릭터와 스토리 중심의 영화다. 여기에서 여성들은 약방의 감초와 같이 간혹 등장하거나 현실성이 없는 성녀 또는 창녀의 이분법 공식에 맞추어진 마네킹으로 그려진다. 왜 한국에는 실비아, 프리다와 같이 역사적인 여성인물의 일대기를 발굴하고 그려낸 영화가 없을까? 아니면 ‘컬러퍼플’이나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처럼 여성의 삶을 그려낸 이야기가 없을까. 그런 영화는 한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관객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고 인생의 영감이 될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로 만든 여성관객영화상이 드디어 제9회까지 왔다. 여성관객영화상은 이런 남성의 판타지만 가득한 한국영화판에 일침을 가해 우리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자 시작된 행사다. 영화제 측은 전년보다 더 참여 중심적이고 발랄하고 신나게 진행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성관객영화상은 여성관객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설문조사 결과로 결정된다. 영화상 홈페이지(www.femiart.or.kr/community/bestworst)에 접속하면 심사위원단으로서 설문조사에 응하고 직접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더 많은 여성관객의 참여와 관심으로 한국영화판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영화계는 지금 당신의 한 표가 필요하다. 이지민 우타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