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최고의 ‘말발’, 라디오 진행으로 입심 대결 방송 3사의 가을개편 이후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한바탕 물갈이가 이어졌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고수’만이 살아남는 법. 청각이 지배하는 라디오의 세계에선 미세한 숨소리도 소음으로 들리고 약간의 ‘버벅거림’도 방송 실수가 돼버린다. 이 때문에 각 방송사 라디오 제작 스튜디오에는 연예가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재담꾼’들이 모두 한자리씩 꿰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치만점 입심과 ‘무대뽀’ 파격 발언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라디오 인기 DJ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살펴봤다. 10월25일부터 가을개편을 단행한 MBC 라디오는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가수 이문세를 ‘빅 카드’로 내세웠다. 이문세는 지난 2000년 ‘두시의 데이트’ 진행을 그만둔 지 4년 만에 다시 라디오 DJ로 복귀, 김C가 진행하던 MBC FM4U ‘음악살롱’ 후속으로 ‘오늘아침의 이문세입니다’(오전 9시)를 진행한다. 흥미로운 것은 10년째 KBS 2FM ‘유열의 음악앨범’을 진행 중인 유열과 동시간대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 편안함과 친숙함을 장점으로 내세운 이문세의 등장에 오전시간대 터줏대감으로 군림하던 유열측 진영이 긴장하기 시작했다는 후문. 방송 중 ‘파격발언’으로 경질설이 나돌았던 김C는 매일 자정 진행되던 FM4U ‘봉태규 스타일’의 봉태규를 대신해 시간대를 옮겨 마이크를 계속 잡게 됐다. 록그룹 ‘뜨거운 감자’의 리더로서 냉소적인 독설가로 알려진 김C는 라디오 DJ석에 앉은 후에도 “한·일 대중문화 전면개방을 한다는데 우리 것이 일본에 비해 나을 게 뭐가 있느냐” “술 덜 깬 목소리가 부담스러우면 다른 걸 들으라” 등 그만의 솔직하고 직선적인 독설을 서슴없이 내뱉어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말하는데 무슨 독설이냐”고 고수답게 시큰둥한 반응. 지난해 10월부터 MBC FM4U ‘정오의 희망곡’(낮 12시)을 진행 중인 개그우먼 정선희는 ‘딱따구리’라는 별명에서도 드러나듯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메가톤급 입심을 자랑한다. 각종 TV오락프로의 MC를 도맡아 할 만큼 정확한 발음과 센스 있는 감각을 자랑하지만, 마이크 앞에 앉아 보이지 않는 익명의 청취자들을 상대로 2시간을 이끌어 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5초만 말문이 막혀도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 그러나 그야말로 ‘북 치고 장구 치고’ 쉴새없이 수다 보따리를 풀어놓는 정선희의 재치만점 입담에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SBS 러브FM에서 ‘대한민국 특급쇼’(오후 6시10분)를 진행 중인 ‘호랑나비’의 김흥국 역시 본업인 가수보다 라디오 DJ로 장수를 누리고 있다. 김흥국은 박미선과 MBC 라디오 ‘특급작전’을 진행하던 중 지난해 가을 개편 당시 커플째 SBS에 전격 스카우트되어 방송사 간의 ‘스타 빼돌리기’ 시비를 불러오기도 했다.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특유의 ‘들이대는’ 입심으로 퇴근길 고정팬을 확보한 김흥국은 현재 인터넷상에 방송 중 말실수를 모은 ‘김흥국 어록’이 나돌 만큼 청취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대표적인 ‘어록’으로는 “터보의 ‘씨버러버’를 듣겠습니다”(‘Cyber lover’를 소개하며), “친구의 거미라도 될 걸 그랬어”(가수 거미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를 선곡하며), “네덜란드에는 손가락 하나로 나라를 지킨 소년이 있었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소년이 있지요. 으아∼ 이승만 어린이!”(이승복을 잘못 말함), “마돈나가 우크라대학에서 강의했대요” (미국의 UCLA 대학을 잘못 읽고) 등등. 이밖에 이본의 뒤를 이어 지난 18일부터 KBS 2FM ‘볼륨을 높여요’(오후 8시) 진행을 맡게 된 신참 DJ 최강희도 “성격개조하려고 라디오 DJ 냉큼 수락했다”고 말할 만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하고 개성 있는 진행으로 청취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