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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이 필요합니다

토라이 2004.10.28 12: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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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나선지 3년 문희준 "내 팬들은 록 매니아"
"7옥타브 올라간다" 등 안한 말 인터넷 유포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 댄스그룹 H.O.T 출신의 문희준(26)이 최근 솔로 데뷔 1000일을 맞았다. 얼마 전엔 신곡 4곡이 포함된 베스트음반도 내놓았다. 그러나 그는 1집(2001년) 때 “록 음악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인터넷에서 참기 어려울 만큼 맹렬한 비난과 지독한 조롱을 받았다. 인터넷에서 그는 ‘무뇌충’이란 별명으로 불렸고, 그를 우습게 만드는 ‘문희준 어록’이 나돌았다. 신원미상의 ID들은 그의 사진을 장난삼아 조작·합성했다.

“요즘 TV에서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더니 “나에 대한 오해가 주로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생겨나서 3집부터는 오락 프로에 안 나가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를테면 리포터가 “다이어트 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우스개로 “하루에 오이 세 개만 먹어요”라고 말한 것이 인터넷에선 “문희준이 오이 세 개만 먹고 록을 한다”고 떠도는 식이다. 한 스포츠지가 기사 제목을 “절 아티스트라 불러주세요”라고 뽑은 것이 그의 육성인 양 돌아다녔다. 이 말 말고도 “레드 제플린? 그게 뭐죠?”, “7옥타브까지 올라가요” 같은 말이 이른바 ‘문희준 어록’에 포함돼 있다. 그는 “전혀 하지 않은 말들”이라고 했다.

“처음엔 제가 댄스하다가 록을 한다니까, 록 하던 분들이 절 의심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한때 보이 조지의 변신을 의심한 적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음악이 아닌 다른 것으로 절 비난하니까 상처를 받죠.” ‘보이 조지의 변신’이란 80년대 영국 뉴웨이브 그룹 ‘컬처클럽’의 리더 보이 조지가 87년 솔로로 나서 클럽댄스 뮤지션이 된 것을 이른다.

“제 ‘안티’들 대부분이 초·중학생이에요. 한번은 공연장 밖에 안티 한 명이 와서 저를 욕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어요. 그래서 차를 세우고 뛰어가 물어봤어요. 내가 왜 싫으냐고요. 그랬더니 대답이 ‘형, 죄송합니다’뿐이었어요.” 그는 “이젠 신경쓰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생각하고 살기에도 바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지금도 언더 록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있다”며 “그래서 어려서부터 록을 듣고 자랐고 메탈을 귀에 꽂고 다녔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원치 않아서”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또 “음악을 즐기는 사람과 따지는 사람이 있는데 후자가 ‘댄스 출신이 록을 이해할까’라며 ‘출신’을 따지는 것”이라면서 “내 인생에서 H.O.T는 6년밖에 안 되는데 열여덟 살까지 록에 미쳐 산 건 왜 다들 말하지 않는가. 정말 록 자격증이라도 있다면 따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댄스가수가 록을 하지 말란 법은 없죠. 댄스그룹 테이크댓의 로비 윌리엄스도 로커 변신에 성공했고요. 그런데 왜 록 매니아가….

“H.O.T를 했느냐, 이 질문이죠? 네 살 때 마이클 잭슨 춤을 췄어요. 그리고 박남정, 현진영, 서태지, 듀스 춤을 모두 따라했죠. 제가 춤으로는 송파구에서 이거(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였어요. 특히 포핑(popping·관절을 꺾는 춤)은 최고였죠. 고1 때 가락고 축제에 초청되면서 유명해졌어요. 팬클럽도 이미 생겼고요. 그때 친구가 댄스그룹 모집공고를 갖다줬고, 거기 응시한 게 H.O.T가 된 거죠.”

―그렇다면 이른바 ‘록 매니아’는 아니었던 셈이네요.

“매니아였다니까요? 록도 좋아하고 춤도 추고 공부도 7등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어요. 여러 가지를 좋아하고 다 완벽하게 하고 싶었어요.”

―어떤 록음악을 주로 들었나요?

“어려서는 헬로윈과 본 조비, 그리고 요즘은 콘과 린킨 파크, 에반에센스예요.”

―하긴 신곡에 린킨 파크를 닮은 구성이 있던데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린킨 파크 노래를 하나라도 들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그의 대답에 “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표절을 말하는 줄 알고 그랬다”면서 “워낙 누구 흉내낸다는 말이 많아 무척 과민하다”고 했다.

그는 H.O.T 4집부터 노래에 기타 리프(riff·반복 악절)를 넣으며 조금씩 록을 시도해왔다고 했다. 자신의 첫 솔로음반이 40만장 팔린 것을 두고 “그렇게 많이 팔린 록 음반이 있느냐”며 “지금 내 팬들은 록 매니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음악에서 ‘자격론’은 사견(私見)일 수 있지만 누군가를 정신적으로 파괴할 무기일 수는 없다. 두 시간여 인터뷰 동안 ‘그가 록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물론 ‘그가 록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온전히 청자(聽者)의 몫이다.

(한현우기자 hwha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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