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수첩] 조승우의 독무대 [국민일보 2005-01-10 16:00]   “제발 ‘지킬앤하이드’ 티켓 좀 파세요. 조승우 나오거든요.” 지난달 24일부터 앙코르공연에 들어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2월 14일까지 코엑스 오디토리움) 티켓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이례적으로 상당한 웃돈을 얹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국내 최대 경매사이트인 A사에는 조승우가 출연하는 공연 티켓 판매가 20건 가까이 되는데,R석 2장(장당 9만원)이 좌석 위치에 따라 25∼2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공연 성수기인 연말에는 9만원짜리 R석 1장이 24만원,2장이 40만원에 낙찰될 만큼 과열양상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는 제작사인 OD뮤지컬컴퍼니가 인터넷으로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매진돼 나타는 현상이다. 그 바람의 중심에는 조승우가 있다. 그가 출연하지 않는 공연 티켓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승우 출연분이 이토록 빨리 매진된 이유는 그가 지난해 여름 ‘지킬앤하이드’ 초연때 보여줬던 뛰어난 연기가 입소문을 타고 전파된 데서 기인한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조승우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이었고 덕분에 지난해 말 대한민국 뮤지컬 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사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처음 공연된다고 할 때 뮤지컬계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초연 당시 조승우를 비롯해 류정한,소냐,김소연,최정원 등 뮤지컬계 스타들을 총동원하긴 했지만 제작사의 역량이나 이벤트용인 코엑스 오디토리움을 공연장으로 선택한 것을 거론하며 흥행실패를 이야기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프러덕션 자체로만 볼 때 ‘지킬앤하이드’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특히 조악한 음향이나 엉성한 무대장치,의상,조명 등은 비판을 들을 소지가 많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덮어버린 것이 바로 조승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전’의 이몽룡으로 데뷔하긴 했지만 그는 원래 뮤지컬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춘향전’을 찍고 난 이후 김민기가 이끄는 극단 학전에서 ‘지하철 1호선’ ‘의형제’ 등에 출연했으며 극단 갖가지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카르멘’에도 주연으로 무대에 섰다. 일반인에게는 영화배우로 더 익숙한 조승우이지만 기실 전문 뮤지컬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공연계나 영화계에서 쓰이는 용어 가운데 스타 비히클(Star Vehicle)이 있다. 스타를 작품 전면에 내세워 그를 믿고 관객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작품을 가리킨다. 여기에 배우가 자신의 역을 너무 잘 해서 관객들이 그 배역에는 다른 배우를 떠올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덧붙이는데,‘지킬 앤 하이드’의 조승우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 이번 ‘지킬앤하이드’는 여러 캐스팅이 있지만 사실상 조승우의 독무대였다. 앞으로 당분간 조승우 없는 ‘지킬앤하이드’를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장지영기자 jyjang@kmib.co.kr 조승우 왜이렇게 나이들어보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