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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망가져야 즐겁다

ㅋㄹ 2005.02.11 11:46:08
조회 911 추천 0 댓글 1






최근 방송3사 아나운서들이 오락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면서 아나운서의 정체성에 관한 논란이 거세다. 숙련된 예절과 교양, 바른 우리말의 상징임을 자부하는 아나운서들이 스스로 그런 이미지와 역할을 파괴하는 일에 앞장서 위상 추락을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설특집은 그간 간간이 벌어진 정체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KBS 2TV ‘아나운서 대격돌’(8일 오후 6시30분)은 기획의도처럼 자사 아나운서들의 끼와 장기를 선보여 가족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나 신입 아나운서들이 보여준 모습은 뛰어난 연기력을 칭찬하기 이전에 과거 신입 공채 탤런트들의 퍼포먼스를 연상케 했다. 특정 아이스크림의 로고를 본뜬 ‘31기 신입아나운서’란 간판 모양 등은 이 방송이 ‘사내방송’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자사 아나운서를 대거 출연시킨 SBS 설특집 ‘야심만만’(7일 오후 11시)도 마찬가지. 아나운서들의 숨은 끼와 재담을 보여주고자 했으나 신변잡기 같은 잡담이 주류여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출연자인 이모 아나운서는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나와 네티즌들로부터 적지않은 항의를 받았다. KBS 강수정 아나운서도 ‘여걸 파이브’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역할의 적절성에 관해서는 사내·외의 논란이 많다. 이같은 현상은 교양 프로그램조차도 버라이어티쇼 형식을 띠는 최근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또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오락 프로그램 단골 출연은 ‘자사 홍보용’ 성격이 짙다. 아나운서의 망가진 모습을 통해 흥미를 유발, 시청률을 높이려는 제작 의도도 뒤따른다. 좋은 이미지와 인기를 함께 누리려는 일부 신세대 아나운서들의 ‘과욕’과 연출자의 요구가 맞물리기도 한다. 당연히 자성론이 없을 리 없다. 각 방송사 고참 아나운서들은 “희화화가 심각하다”며 “본분이 뭔지 생각할 때”란 입장이다. 한 방송사의 아나운서 팀장은 “뉴스·교양·쇼·스포츠 중계 등 아나운서의 전문영역별 특화가 추세이긴 하지만 ‘방송 품위의 지킴이’란 기본책무를 망각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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