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캐릭터가 없이 신인들로만 억지웃음을 만들어 내려는 “논스톱 5”는 그간의 “논스톱”이 쌓아 올린 탑을 무너뜨리고 있다? 제작진 쪽에서는 새로운 시도와 얼굴이기 때문에 낯설어 그런 것이니 좀 참아보라고 한 모양이다. 항상 이런 식이다. 백낙청의 분단체제론이나 월러스틴의 체제이론, 파슨즈의 구조기능주의자들의 지적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비판자나 그 대상자나 모두 한통속이다. 여전히 잘못된 전제와 논평이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인 “논스톱 5”의 문제점에서 이런 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갖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면 결국에는 비평이나 비난이 사그라진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게 논스톱 시리즈다. 몇 년 전 인터넷한겨레에 “논스톱이 스톱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을 글을 쓴 적이 있다. 대학생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이야기였다. 또 그 이야기냐 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 많은 욕과 메일이 받았는데 한 독자는 그냥 하루 일과를 끝내고 마시는 청량음료 같은 것이 논스톱인데 뭘 분석하고 애써 의미니, 현실 부족이니 궁시렁 대느냐는 거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비평은 청량음료에 무엇이 들어있고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마시기만 했을 때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말할 뿐이다. 어차피 만드는 사람들이 장땡이어서 자기들 고집대로 만들면 비평이나 비난하는 이들을 제풀에 나가떨어진다. 맞다, 영화를 만든 사람은 역사가 기억하지만 비평가들은 금방 사라지고 잊혀진다. “논스톱 4”가 음악 동아리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다루었다면 새롭게 선보인 “논스톱 5”는 아예 영화 동아리로 주저앉았다. 음악동아리에서 대학생들의 더욱 일상에서 멀어지더니 이제는 더 멀어져 영화 동아리로 간 것이다. 아니, 연예 동아리에 가깝다. 그나마 방송에 있는 대학생 소재 드라마가 이런 식이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본격적으로 출발한 MBC 대학생 시트콤은 이제 사실상 무늬만 대학이고 대학생이다. 그들이 하는 생각이나 행동이나 대학생의 고민이나 일상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다룬다고 해도 다시 희화화 맺어질 뿐이다. 그런데 이제 이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새삼스럽게 문제제기 하는 게 바보다. 더한 것은 이를 보는 시청자들이다. 현실 없는 대학생활이 이제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차피 재미있게만 보면 되지 뭐” 하면서. 하지만 논스톱 같은 현실 왜곡의 드라마가 있는 한 무수한 잠재적 새내기들이 대학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수능 문제를 풀고 내신관리를 하고 있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대학에 들어와서는 현실에 홀랑 깨겠지만 말이다. MBC측에게 그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인지 오래다. 그래서 그동안 논스톱이 쌓아올린 공적인 무수한 스타 연예인들을 배출한 것이고 대학의 현실과는 멀게 했던 것이다. 이공계 문제, 로스쿨 문제, 고교 등급제, 국내 박사와 외국 박사의 차별, 시간 강사의 곤란함, 지방대학의 생존 싸움, 지방대학에 다니는 학고통, 유례 없는 취업난, 의치학 대학원 경쟁의 진풍경, 국내 대학원의 부실화, 대학문화의 실종, 취업학원의 성행, 대학서열화로 인한 편견과 계층 갈등, 토익 광풍으로 인한 대학생활의 변화 등등 수많은 주제가 있음에도 논스톱은 여전히 방송 연예인의 놀이터이자, 새 스타 연예인을 둘러싼 상품시장의 중심이다. 억지 웃음이나 재미없음은 곁가지의 문제일 뿐이다. 논스톱 시리즈의 고집스런 행진은 반복 강화 효과로 이제 더 이상 대학생의 현실을 반영하라는 비판의 설자리를 잃게 했다. 돌아서 보면 웃음만 나온다. 정말 한번 대학생의 현실들을 찐하게 다룬 시트콤 하나 기대하는 소망이 우스울 뿐이기 때문이다. 글·김헌식(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