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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17 22: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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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자의 연애세포 관찰기 / 손수진


자요?


새벽 1시 32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이 문자를 보내기 전에 그냥 전화를 걸까 어쩔까 자고 있지는 않을까 혹시 깨우는 건 아닐까 고민했겠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그의 손에 배었을 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두 글자였다.


'안 자요'


나는 자고 있지 않았다. 3분 거리에 사는 후배의 집에서 오랜 기간 해외를 떠돌다 돌아온 나의 옛 룸메이트와 재회의 맥주를 마시며 그 동안의 밀린 수다를 떨고 있던 중이었다. 이윽고 전화가 왔다.

"잠깐만......"

나는 후배의 커다란 점퍼를 어깨에 걸치고 핸드폰을 손에 쥔 채 후다닥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슬리퍼 밖으로 삐져나온 맨 발가락 사이에 한기가 파고든다.

"여보세요."
"아니, 이 시간에 안자고 뭐해요."

그러는 당신은 안 자고 뭐할까나.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치고 돌아오는 길,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렇게 혼자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해서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고.


나는 후배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좋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이야기를 들었다. 늦은 밤의 이 동네는 어찌나 고즈넉한지 그의 목소리와 내 숨소리만이 울림을 가진다. 나는 취기가 묻어나는 그의 말끝에 웃음과 '응'하는 대답으로 추임새를 넣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십오 분여의 통화 말미에 그는 잘자라는 인사를 했고, 나는 그게 못내 아쉬워서 인사대신 내 이야기를 했다. 

"나, 자다가도 전화 잘 받아요,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 그러니까 늦은 밤에 전화해도 괜찮아요."

그는 말이 없었지만 나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이 웃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서로 전화를 먼저 끊지 못해 머뭇거리다 결국은 내가 잘 자라는 뒤늦은 인사를 건네고 핸드폰을 닫았다. 접은 다리를 펴고 일어났을 때 이미 발가락은 꽁꽁 얼어 발을 떼기가 힘들었다. 다만 우리들이 주고받은 움직임을 증명하듯 핸드폰만이 온기를 품었다.


김빠진 맥주가 기다리는 방으로 돌아가자 두 후배는 이 시간에 전화하는 사람이 누구냐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아하하하 어설픈 웃음으로 화제를 돌렸지만 나는 다시 대화에 빠져들지 못했다.


정말, 그는 내게 누구일까.



새벽이 되어서야 술자리는 잦아들었고, 나는 입김을 허옇게 뿜어내며 3분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내일을 위한 알람을 맞추다 문자메세지함을 열어본다. 남은 저장공간이 얼마 없단다. 일과 관련한 문자들과 친구들과 주고받은 시시한 수다들을 지운다. 
그리고 맨 위에 남은 그의 '자요?'


나는 삭제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단 두 글자뿐이었지만 그 빙산같은 두 글자를 두고두고 열어보고 싶었다. 메세지함에는 그가 한 달 전에 보낸 문자들까지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내가 이 메세지를 받고 어떻게 웃었는지까지 기억이 나는 걸 어떻게 지우겠어요.




'당신은 누구세요?'
어쩌면 당신은 삭제할 수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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