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까지 한번도 광배를 가진 적이 없었다.

인스타에 광배 자랑하는 웬만한 여자들보다 광배가 없었다.

풀업은 하나만 하는 수준이었고,

아파트 헬스장에서 일주일에 한번 랫풀 땡겨봐야 큰 변화는 없었다.

코로나로 헬스장을 못 가면서 가정용 철봉을 사놓긴 했지만

회사생활하면서 꾸준히 운동하긴 어려웠다. 핑계지만.

꼭 한번 광배를 가지고 싶었다.

여차저차해서 아이가 학교 들어가면서 육아휴직을 했다.

당시 스펙은 173cm / 67kg.

복직을 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는 가능성도 열어두긴 했지만

뚜렷하게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알 수 없었기에

일단 체력을 키워놓으면 나중에 쓸모가 있겠지 싶어서

한 석달은 운동하면서 무슨 공부할지 생각해보려했다.

그렇게 별 공부 안하고 운동하면서 휴직 1년이 다 지나갔다.

생각했던건 애 학교 보내놓고 운동하는 계획이었는데

실제론 대부분 낮엔 넷플보고 유튜브보고 밤에 애 재우고 운동했다.

서른아홉~마흔이다보니 한번 운동하면 회복이 예전같지 않아서

2분할로 하루 운동하고 이틀 쉬고 반복.

1회차

턱걸이 : 풀업밴드 걸고 20개 -> 안걸고 20개

리버스로우 : 10개 -> 15개

행잉레그레이즈 : 20개

딥스바레그레이즈 : 20개 -> 30개

3세트 반복

2회차

딥스 : 20개 -> 25개

원암덤벨익스텐션 : 20개 -> 25개

행잉레그레이즈 : 20개

딥스바레그레이즈 : 20개 -> 30개

3세트 반복

이틀 쉬는 동안 하루는 넷플릭스 보면서 맥주 마시고

하루는 유산소로 달리기를 하든 자전거를 탔다.

스펙은 오히려 6kg 빠져서 173cm / 61kg 되었다.

회사 다닐땐 세끼 밥을 회사에서 다 줬는데

집에 있으니 아점 대충 시리얼로 때우고

식사라고 부를만한건 저녁 한끼만 먹게 되더라.

운동 안했으면 더 멸치가 되었을텐데

철봉으로 운동이라도 해서 지방 위주로 빠지고 근육은 남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광배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다.

헬겔러들이 보기엔 코웃음 칠 한줌 광배이지만

피천득의 은전 한 닢 마지막 대사 있잖냐,

이 광배 두짝이 가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