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무리의 우두머리였다.

잘생긴 외모와, 말보단 행동이 앞서는 우직함, 관계를 뀌뚫는 사회성까지,

미모는 또래 소년 소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수준 까지는 아니었다.

그가 권력을 누리던 시기는 초~중학생 시절이었으므로

많은 학우들이 2차 성징을 겪지 못했고 소년 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비견될 만큼의 이들이 여럿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년의 외모엔 어딘가 다른 이들의 호감을 끌어당기는 강한 마력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는 소년의 오만한 품행을 감춰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었고

스스로가 강자의 위치에 있음을 알게 된 순간부터 소년에겐 두려울 것이 없었다.

안하무인을 형상화 시켜 놓는다면 필시 소년과 같았을 것이라.

그러나 소년은 아직 알지 못했다.

진정 두려운 것은 자신의 저주받은 육신이었다는 것을.

그의 추락은 운명이라 해도 이상할게 없었다.

정제되지 않은 사춘기들의 폭력적 사회가 낳은 신흥 강자의 등장?

불미스러운 사고?

아니

소년은 성장하지 못했다.

과거 소년과 비슷한 위치에 서있던 많은 이들이

고등학생의 문턱을 넘어가며 번듯한 사나이가 되었을 때

소년의 청초함은 한결같았던 것이다.

의사가 말하기로 뇌하수체에 이상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초월적 존재의 짓궂은 농간이란 말인가?

소년이 무시하던 안경 오타쿠는 어느센가 그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마음 깊이 불만을 품었으나, 소년은 감히 그 한심한 돼지새끼에게 반발할 수 없었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좆될수가 있다고.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추파를 던지던 대상은 여자에서 남자가 되었으며

언제나 그를 무릎에 앉혀 희롱을 일삼았다.

이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추락인가.

굴욕적이게도 그는 어느센가 스스로를 교내의 초선으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이는 각오의 일종이었다.

잃어버린 권좌를 되찾기 위해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주어진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힘으로 쟁취하지 못한다면 그들을 자신의 치마폭으로 집어넣는 수 밖에 없다.

그래. 다시 일진이 되기 위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 발버둥이 그를 더욱 완벽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