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해 유골도 묻어드렸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할아버지가 있는것이 아닌가.

할아버지는 평소처럼 방에 앉아있거나 복도를 걸어다니거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가족들에게는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고, K씨에게만 보이는 듯 했다.

K씨가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왜 집에 있는거야?"

"뭐냐, 내가 보이는게냐?"

그렇게 한동안 둘 사이에만 들리는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어느날 아침 처음으로 할아버지 쪽에서 K씨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

"너 할애비가 보인다고 했지."

"네."

"그럼 할애비 주위에 중국인들도 보이느냐?"

"안보이는데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화를 낸다.

"무슨 소리냐! 여기 이렇게 잔뜩 있는데 보이질 않는다니!"

"안보인다니까요!"

할아버지는 이내 팔을 퍼덕거리며 주위에 붙어 있는, K씨에게는 보이지 않는 중국인들을 떨쳐내려 하기 시작한다.

"떨어져! 쩔어지라고!"

그러더니 이내 할아버지는 사라졌다.

49재의 아침의 일이었다. (49재: 불교식 장례 풍습으로, 기일로부터 1주일에 한번씩, 7주간 제사를 치르는것. 혹은 그 7번째, 49일째의 제사. )

할아버지는 젊을때에 군인으로, 중국 출병에 참가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중국에서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거야...'

K씨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