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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bri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6.12 00: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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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오가 네크로맨시를 배우고 처음으로 되살린 건 부모의 해골이었다.
 그 다음으로 한 행동은 그 둘의 해골을 부수는 것이었다.
 네오는 그제야 비로소 애미애비도 없는 자식이 되었다.
 
 
***
 
 
 네오는 간소한 짐을 들고 기차에서 내렸다. 제도(帝都)에서 기차로 나흘은 떨어진 시골이라 그런지 기차역은 허름하기 그지없었다. 승객도 없는데 기차역마저 휑하니 사뭇 처량했다.
 
 “거 출장 좀 작작 보냈으면 좋겠군.”
 
 네오는 기차를 타 뻐근한 몸을 풀며 불평을 내뱉었다. 지난 출장을 갔다 온 것이 일주일 전이었다. 공복(公僕) 노릇도 해먹기 쉽지가 않았다. 봉급이 조금만 적었더라도 진작 때려쳤으리라. 때려치고 싶어도 때려칠 수가 없긴 하지만.
 
 “어디 보자…….”
 
 품속을 뒤져 영장을 꺼냈다. 평생 이 근방─파가루 지방에 온 적이 없는 네오이니 영장에 적혀있는 주소를 보아도 알 턱이 없다. 이럴 때는 이곳 현지민에게 물어보면 되리라. 네오는 역사(驛舍)의 역무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말씀 좀 여쭙시다.”
 “아, 예. 무슨 일이신가요?”
 
 퍽 순박하게 생긴 역무원은 네오의 질문에 아! 거기 말인가요──하고는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거기라면 여기서 택시나 버스를 타고──.”
 
 ‘이런 곳에도 버스는 다니나보지.’
 
 차를 이용한다면 그리 멀지 않은 모양이었다. 잘된 일이었다. 네오는 당장이라도 끝내고 제도로 돌아가고 싶었다. 네오는 살짝 고갤 숙여 감사의 예를 표했다.
 
 “말씀 고맙소.”
 “무얼요. 그런데 대체 무슨 일로 거기를 찾으세요? 거기라면 저희 외조부께서 사시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그 딸─그러니까 제 이모만 살고 계실 거예요.”
 “아, 뭐, 공무 수행 중이오.”
 
 네오는 한스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한스 역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마주 웃으며 인사했다. 네오는 가볍게 고개를 까닥이고는 서둘러 발을 돌렸다.
 
 ‘가족이라──. 운도 없군 그래.’
 
 길을 물어본 역무원이 하필 대상의 친지라니. 네오의 공무(公務)를 생각해보면 그 사실이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괜히 물어봤다 싶어 입맛이 썼다. 네오는 씁쓸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휑한 것이 아무래도 버스가 자주 다닐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기야 제도에서도 그리 자주 다니는 물건이 아닌데 이런 시골이라면 오죽 하겠는가. 네오는 그냥 걸어서 가기로 마음먹었다. 중간에 택시가 보인다면 택시를 타기로 하고.
 
 “이런 망할 놈의 시골 같으니!”
 
 네오가 그 결정을 후회한 것은 정류장으로부터 걸은 지 2시간이 될 때 즈음이었다. 도대체 걷는 내내 차라곤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하다못해 소달구지를 타고 다니는 주민마저 없었다. 빌어먹을 행정관들 같으니. 시골에도 버스 두어 대 정도는 배정할 것이지. 네오는 투덜거렸다.
 
 “다음에는 교통비 받으면 기차 탈 생각 말고 차라도 하나 빌려 다녀야겠군.”
 
 물론 마법부의 깐깐한 마법사들이 교통비를 줄 리가 없지만. 마법부 소속도 아닌데 출장비를 마법부에서 타다 써야하는 사실이 자못 분했다.
 네오가 속으로──그리고 입 밖으로도──마법사들을 씹어대길 얼마나 지났을까, 어렴풋한 건물 그림자가 시야 안에 들어왔다. 역무원이 말한 마을이리라.
 
 네오는 발을 한 층 더 재게 놀렸다. 하늘을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질 법 싶은데, 마을에서 묵고 가는 건 곤란했다. 네오에게나 주민들에게나.
 
 역무원에게서 들은 걸 떠올리며 목적지를 찾아가니 푸른 지붕의 집이 보였다. 집 앞에 걸린 명패를 보니 목적지에 제대로 찾아간 모양이었다. 설마 비어있진 않겠지. 네오는 제발 사람이 있길 바랐다. 사람이 오지 않아 며칠이고 기다리는 일은 이제 질색이었다.
 
 네오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노크했다. 잠시 후 누구요──하는 말과 함께 문이 열렸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파였다. 노파는 고개를 들어 네오를 올려보고는 의심스런 눈길로 째려보았다.
 
 “누구요?”
 “하이스 그라시아씨 맞으십니까?”
 “맞소만. 그래서 댁은 뉘요?”
 “가드너 그라시아씨의 따님 맞으시지요?”
 “뭐하는 작자냐니까!”
 
 네오는 노파의 말을 무시했다. 어차피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면 조금의 예의를 차리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빽빽거리는 노파를 시야 한 켠에 두고 네오는 품속을 뒤졌다. 조그마한 종이가 손에 잡혔다.
 
 “가드너씨의 묘에 가고 싶은데요.”
 “당신──.”
 “공무 수행 중입니다.”
 
 노파의 말을 끊고 종이를 내밀었다. 문득 이 노파가 글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뇌리를 스쳤다. 그리 중요한 건 아니었다. 까막눈도 이해할 수 있도록 네오 자신이 말해줄 터였으니.
 
 “압수영장입니다. 안내하시죠.”
 “그게 무슨──.”
 “가드너씨에게 생전 불순사상혐의가 걸려있습니다. 약식재판의 결과, 혐의가 인정되고 노동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래서──.”
 
 네오는 숨을 골랐다. 수십, 수백 번은 해온 말이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때마다 목에 뭔가 걸린 듯한 기분이었다. 네오는 토하듯 입을 열었다.
 
 “──시신을 징수하러 왔습니다.”
 
   
***
 
 
 파가루 역의 역무원, 한스는 낮에 만난 이상한 사내를 떠올렸다. 아직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긴 코트에 중절모를 깊게 눌러쓴 모습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다. 훤칠한 키에 체격도 크건만 어쩐지 음습한 느낌을 주는 사내였다.
 
 ‘그러고보니 공무 중이랬지. 공무원인 걸까.’
 
 시골의 촌스러움과 궤를 달리하는 도시스러운 분위기를 보면 제도에서 온 것이리라. 역무원인 한스 역시 공무원이기는 했지만 제도에서 온 공무원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초등학교가 학력의 전부인 한스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데 왜 이모네 집을 찾은 거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어느새 사내가 물어보았던 주소가 떠올랐다. 일찍이 외할아버지가 살던 조그마한 집. 지금은 그 이모만 살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도에서 온 공무원이 찾을 일이 없었다.
 
 한스의 이모는 법 없이도 살 거라는 말을 듣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무슨 범죄와 관련된 것도 아닐 테고, 친척도 한스 외에는 없어 친척 관련으로 찾아오지도 않을 터였다. 애초에 그 사내가 무슨 공무원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공무원이 맞긴 한 걸까.
 
 “헉, 설마──.”
 
 한스는 최근에 본 신문 기사를 떠올렸다. 떠돌이 마법사들이 공무원을 사칭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는 기사였다. 비합법 네크로맨서가 시신을 훔친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스의 몸이 덜덜 떨렸다.
 
 ‘서, 설마.’
 
 전쟁이 끝나고 20년. 제국은 평화를 되찾았지만 제국의 변방은 여전히 치안이 썩 좋지 못했다. 물론 경찰들이 나서기는 했지만 범인을 잡아도 피해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스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침이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1시간만 있으면 퇴근 시간이었다. 퇴근하면 이모네 집에 들러보자고, 한스는 생각했다.
 
 초침이 째깍째깍 움직이는 것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누군가 역사 유리를 두드렸다. 한스는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고는──숨을 멈췄다.
 
 “6시 반 기차표 좀 주시오.”
 
 낮에 본 사내는 그리 말하며 돈을 내밀었지만, 한스의 시선은 돈이 아닌 사내의 뒤편을 향했다. 어둑어둑해진 하늘 아래서 쭉 몸을 펴고 있는 인영은 허옇게 보였다.
 둥그스럼한 두개골, 길다랗게 곧추 선 척추와 그를 감싸고 있는 늑골. 그 아래 달린 장골과 다리뼈. 사람을 닮은, 아니 사람의 형상을 한 그것은──해골이었다.
 
 한스의 공포가 극에 달했다.
 
 “으아아아아아악! 살인범이다! 해골 도둑이다아아아!”
 
 한스는 눈을 까뒤집고는 비명을 질렀다. 역에 있던 몇 없는 행인들은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어정버정 걸어다니는 해골을 보고는 따라 소리 질렀다.
 
 네오는 난데없는 합창공연에 어지러운 듯 머리를 감싸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염병…….”
 
 이럴 줄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면 짜증이 솟구쳤다. 네오는 역사 안으로 손을 뻗어 한스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겼다. 목이 졸리는지 비명을 그치고 켁켁댔다.
 
 “그 입 좀 다무시오. 아주 염병을 하는군.”
 “켁, 켁. 이, 이 저주받을 네크로맨서 놈. 하, 하이스 이모를 어떻게 했어!”
 “하아──.”
 
 네오는 품속을 뒤져 수첩 하나를 꺼내 한스의 눈앞에 드밀었다. 한스는 눈동자를 굴려 더듬더듬 읽어내려갔다.
 
 “화, 황실 직속 사명부(使命部) 소속, 배, 백골──징수원 네오 라이트만?”
 “그래, 백골징수원이오.”
 
 멱살을 풀자 한스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시선만큼은 여전히 네오를 향해있었다.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은──공포뿐이었다.
 네오는 혀를 차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황실 직속 사명부 소속 백골징수원, 네오 라이트만. 황제의 명을 받들어 시신을 징수하러 왔다. 뒤에 있는 양반은 댁 외조부 되는 몸이지. 그러니──그만 닥치고 표나 내놔.”
 “히, 히익!”
 
 한스는 기겁하며 잡히는대로 표를 내던졌다. 마감이 부실한 표들이 공중을 누볐다. 네오는 그 중 하나를 잡아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주변의 소란도 어느새 멎어있었다. 아니, 다들 도망갔다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이리라. 역에는 오직 네오와 한스, 그리고 말없이 서있는 해골뿐이었다.
 
 네오는 그대로 승강장을 향해 발을 옮기다 몸을 돌려 한스를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한스의 입에서 히익 거리는 한심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한스가 받지 못한 그것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한스의 발치에 떨어졌다.  
 
 “도, 동전?”
 “그렇소. 생각해보니 내지 않았지 뭐요.”
 
 한스는 떨어진 동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깨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가 화물 운임이오. 올 때는 없었던 짐을 싣고 타니 말이야.”
 
 
***
 
 전쟁이 끝나고 20년. 전장의 병사들은 땅에 몸을 뉘이고 산 자들은 평안을 되찾았다. 세상은 급변하고 사람들은 끔찍한 기억을 망각의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세상은 제 몸을 빛내는 찬란한 문명을 힘껏 뽐냈다. 하지만──.
 
 사자(死者)들이 걸어 다니는 곳을 지옥이라 한다면──과연 이 세상은 여전히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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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도 아무도 안볼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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