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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명절에 비혼선언으로 온집안 갑분싸 시킨 썰앱에서 작성

DE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6.16 19:49:28
조회 77 추천 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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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의 설날이었음.


코로나 때문에 요 2년간은 못 모였다보니 벌써 먼 옛날 일 같지만
어쨌든 매년 그랬듯 온 가족이 친가에 모여 놀고 있었음.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 집안은 원래 분위기가 굉장히 화기애애한 편임.


직장이나 학벌 등에 관해서도 다들 오픈 마인드라 자식몬 배틀 이런 것도 없었고


경제적으로도 다들 여유가 있으시다보니 돈이나 유산 관련 문제로 다툰 적도 딱히 없었음.


애들끼리도 어른들끼리도 서로 절친같은 사이라 매년 반갑게 만나 즐겁게 웃고 떠들고 놀다 헤어지곤 하는
뭐 그런 이상적인 친척관계라 할 수 있음.




다만 딱 한 가지 조금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연애와 결혼​에 관한 부분임.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런 쪽에만 이상하리만치 보수적이시고


부모님 세대도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교육받고 자라서 그런지(우리 부모님은 그나마 덜하긴 함) 결혼을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아주 자연스럽고 의무적인 과정​'이라고 여기심.


​'여자는 아무리 늦어도 30에는 시집 가야지~'

'남자라면 열심히 돈 벌어서 처자식을 부양해야지~'

뭐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거임.



​다만 그 부분만 빼면 다들 연세에 비해 유쾌하고 좋으신 분들이고



자식 세대는 나 말고도 4명이나 있다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핀포인트로 '여친은 생겼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같은 소리를 들을 일은 없어서 별 신경은 안 썼음.



문제는 몇 년 전 사촌 형이랑 사촌 누나가 둘 다 결혼을 했고, 1월에는 사촌 동생까지 약혼을 하면서, 성인이 되고도 연애랑 완전 무연인 사람이 나 혼자밖에 안 남았다는 거...


아니나다를까 식사 시간이 되니 어른들한테 이런저런 질문들이 날아옴.



​"그건 그렇고, 우리 붕이는 아직도 여친이 없니?"


"얘가 눈이 상당히 높은가보네~ 허허허"


"에이~ 그래도 아직 20대니 괜찮아 괜찮아!"


"이모가 아는 여자애 한 명 소개시켜 줘?" ​



​뭐 다들 순수한 선의로 하시는 말씀이니 딱히 기분 나쁘거나 그런 건 없었는데..


문득, 이대로 방치하면 앞으로 매년 만날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될 거라는 예감이 팍 들어버린 거임.
이제껏 잘 지내던 친척 분들을 이런 사소한 문제 하나 때문에 거북하게 느끼긴 싫다라고.



그래서 이 참에 내 생각을 한번 확실히 말씀드리고 화제를 원천 차단해두기로 결심함.


지금 와서 생각하면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말임..


​"저는 결혼은 안 할 생각입니다"


"어? 왜?"


"비혼주의자라서요"


"그러니까 왜??" ​


​비혼주의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친척들이 다같이 나를 쳐다보는데,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의 표정이 '이놈이 지금 뭔 소릴 하는겨' 라는 느낌이었음.



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입니다" 하고 말문을 연 뒤


중간중간 들어오는 어른들의 질문이나 태클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며 말을 이어감.


​"첫번째는 경제적 효용성입니다" ​

​"결혼과 출산이라는 선택은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제 인생에 막대한 금전적, 정신적, 시간적 비용을 발생시키는데, 기대할 수 있는 리턴은 기껏해야 추상적인 만족감과 가장으로서의 지위 정도로, 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문화적 적합성입니다" ​

"과거에는 사회의 모든 가치관과 인프라가 기혼자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독신으로 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불편과 차별을 감수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저같은 독신주의자들을 위한 인프라나 서비스가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향후 개인주의, 자유주의적 가치관이 확산됨에 따라 이러한 변화는 점점 가속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번째는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와의 연애는 저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큰 실례입니다. 하물며 연애도 아닌 결혼이라면 설령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성이 있다 해도 깊이 고민해 봐야 할 중대사인데, 그런 상대조차 없다면 애초에 고려해 볼 가치도 없죠"





말을 마치고나니, 예상대로 식탁은 정적에 휩싸임.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고, 친척 어른들도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 그리고 내 사상을 원래 알고 있던 부모님은 '결국 저질렀구나' 라는 느낌으로 한숨을 쉬고 계셨음.


나는 호통이든 반론이든 올 테면 와 봐라, 하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외로 정적을 깬 건 굵직한 노성이 아니라, 구석에 앉아있던 한 소녀의 작은 울음소리였음.



​"흑... 아윽... 흑, 흐에엥..."


"엣" 


"흐윽... ...붕 오빠는, 거짓말쟁이!!!"


"어, 어이, 기다려...!!" ​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외치고 느닷없이 뛰쳐나가버린 사촌 여동생.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에 넋을 놓고 있던 내 등을, 누군가가 짝 소리 나게 때림.


옆에 앉아계시던 아버지였음.



​"...다녀와라, 이 바보 아들 놈" ​




맞은 편에 앉은 작은 아버지도,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카타나를 섬광 같은 속도로 뽑아 내 목에 들이대며 입을 여심.



​"이 자식... 감히 눈에 넣어도 안아픈 우리 딸내미를 울리다니. 제대로 책임지고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 지, 알고 있겠지?" ​


​덤으로 상석의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태평하게 한 마디씩 거듦.


​"이것 참, 청춘이로구먼~"


"호호... 우리 젊었을 적이 떠오르는구료, 영감" ​


​게다가 이모나 숙모까지 뭔가 따뜻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바람에, 도저히 가만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된 분위기...


나는 결국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음.


​"...하여간 영감탱이들 오지랖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걱정마세요. 루미는 반드시 제가... 이 손으로, 데리고 돌아올 테니까" ​


친척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밖에 나온 나는, 우선 사촌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 필요는 없었음.


그 애가 향한 장소따윈 너무나 뻔했으니까.



친가 뒷산의 물망초 꽃밭──어릴 적 내가 자주 같이 놀아주곤 했던, 커다란 나무 아래.


10년 전 그곳에서 했던 철 없는 약속을, 그 애는 아직까지 믿고 있었던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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