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귀환의 반지를 끼고, 옷장 안에 손을 뻗었다.
-지이이잉
나만의 던전이자 영묘로 가는 문이 열렸고, 이번에도 나는 그 안에 몸을 던졌다.
기다리고 있던 수호령이 내게 물어왔다.
“환영합니다. 영묘의 주인이시여.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서재에서 전술과 전투마법 서적들을 가져와 줘.”
“알겠습니다.”
수호령이 손짓 한번 하자 책들이 내 앞에 쌓였다.
[룩소르 학파 마나 운용]
[카르나크 제식 전투마법]
[전투 신관 전술의 이해]
[케메트 신법(身法)]
본래는 장례의식에 따라 부장품으로 묻는 마도서다.
그리고 지금은 나만 볼 수 있는 비급이다.
‘마도서를 이렇게 쌓아놓고 본다면 다들 경악할 거야.’
레흐메트에서는 흔하게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들이다.
그러나 이쪽 세계에서 마도서는 엄청나게 귀하다.
본디 망자에게 있어 책은 부장품으로 자주 쓰이는 것이다.
부장품이란 것은 묘실에 가까운 곳에 둔다.
묘실에 가깝다는 것은 던전 최중심부라는 것이다.
던전 최중심부라는 것은 가장 위험한 곳을 뜻한다.
그렇기에 마도서의 획득은 매우 드문 일이다.
던전 최중심부를 돌 수 있는 헌터 길드나 얻는 것이 마도서다.
하지만 난 던전의 주인.
적어도 내 던전에 있는 마도서는 보고 싶으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다.
그럼 수련을 시작할 시간이다.
남들은 돈을 내도 못 보는 마도서를 가지고.
난 책을 챙겨 던전의 빈 방으로 향했다.
*
[룩소르 학파 마나 운용]은 전투시에 마나를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가르쳐줬다.
헌터는 적은 마나로도 다수의 적을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
실기 시험에서도 홀로그램 몬스터들이 잔뜩 소환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효율적 마나의 활용은 꼭 익혀야 해.’
난 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마나를 심장에서 곧장 신체의 말단으로 뻗지 말아라. 마나를 한 바퀴 폐에서 순환시켜주면 더욱 효율이 좋아진다. 오래 싸우는 전사들의 비결이 이것이다.>
<신체의 말단에서는 마나를 한번 감아준다는 느낌으로 방출하라. 이렇게 하면 불필요하게 마나를 잃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검격을 휘두르건, 마법을 날리건 간에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언제나 호흡을 고르고 마나의 파장을 균일하게 유지하라.>
‘그렇단 말이지? 화염구 마법으로 시험해봐야겠네.’
지금까지 난 화염구를 그냥 손에 맺어서 던질 뿐이었다.
막연하게 마나를 손에 모아서 속성 부여하고 ‘빵야!’하는 것.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헌터들도 이런 식으로 마법을 쓰겠지.
하지만 비급의 정보를 얻었으니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배워본 마력의 운용법을 실천할 시간이다.
‘어디 보자, 심장에서 마력을 뿜다가 폐에서 한 바퀴…’
마력을 폐에서 돌리던 나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 마력이 정순해지잖아?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호흡으로 인해 마나가 자연스레 조절되면서 불필요한 마나가 신체에 재흡수 된다.
그리고 마나의 흐름은 부드럽게 신체의 말단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마법을 시전할 때는 손끝에서 감아준다는 느낌으로….’
-슈오오오오
화염구가 손에서 정교하게 맺어진다.
이전에는 억지로 마력을 쑤셔 넣어 마법을 쓴다면, 이건 마치 초밥 장인이 밥을 쥐듯 깔끔하다.
“오오.”
난 호흡을 유지하며 화염구를 던졌다.
-콰앙!
난 속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화염구를 맺고 던지는 데에 평소의 2/3정도의 마나만 들었으니까.
제법 복잡한 공정이기는 했다.
일반인이 하면 시전 시간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겠지.
그러나 난 마력조율 능력이 극에 달한 사람이라 속도에 차이가 없다.
내가 할 것은 오직 습관을 들이는 것 뿐이다.
“좋아! 어서 다음 책도 익혀야겠어!”
난 그렇게 말하며 [카르나크 제식 전투마법]을 펼쳤다.
변경지대 주둔 군인들이 쓰는 제식 마법을 적어놓은 책이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뉘었다.
1장에는 기본적인 전투 마법들이 적혀있었다.
베리어, 고급 화염구, 체인 라이트닝 등.
마법사나 마검사 헌터들이 자주 쓰는 기술들이다.
물론 그들이 쓰는 마법과 동일하다면 마도서가 아니다.
“이게 좀 더 시전 속도가 빠르고 위력이 강해.”
2장에는 지원형 마법들이 나와있다.
응급치료, 탐색, 감시탑 설치 등.
힐러나 서포터 직업군이 쓰는 마법들이다.
“이것도 배워두면 좋겠지.”
그리고 3장에는 아직 헌터계에 알려지지 않은 마법들이 적혀있었다.
긴급 네크로멘시, 플레시 골렘 제작, 미이라 가공, 전하결계, 인첸트 등.
“이건 한동안 쓰지 말아야지.”
아쉽게도 자리를 잡기 전까지 이건 좀 참아두자.
의심 살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 후에도 나는 마도서들을 계속 공부했다.
[전투 신관 전술의 이해]를 통해서는 마법을 사용한 전술들을 익혀냈다.
“여기서 은폐하고, 그 다음에 방어하고.”
레흐메트의 장인-신관이었던 나는 제대로 된 전투는 한 적이 없었기에, 이런 전술 교본은 금과옥조였다.
[케메트 신법(身法)]을 통해서는 신관, 마법사에게 가장 부족한 소양인 보법과 체술을 익힐 수 있었다.
“헥, 헥. 힘들어.”
이걸 익힐 때는 정말 땀 뻘뻘 흘려가며 운동을 했다.
그렇게 열심히 몇시간을 훈련하고 휴식시간이 되었다.
난 집에서 가져온 이온 음료를 마시며 혼잣말을 했다.
“진짜 오랜만에 새로운 것을 배워보는구나.”
던전 설계자의 일을 할 때는 늘 같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헌터로 전직하며 익힌 적이 없는 새로운 것들을 잔뜩 배우는 중이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지금 내가 이 기분이다.
즐거운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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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구린
내일 맑은 머리로 고쳐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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