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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문창과 미소녀 후배 매도 프로토타입

알레미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19 03:31:52
조회 28 추천 0 댓글 4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결국 언젠가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는 그런 관계였다. 너도, 나도, 알고 있었지만 항상 외면하던 이야기지.

 

그럴 수밖에 없다. 너는 촉망 받는 문단의 유망주였고, 나는 재능 하나 없는데 글을 쓰겠다고 와서는 하릴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한심한 군상이었으니.

 

그래도 이런 방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었을 거라고 믿었다.

 

믿고 있었다.

 

선배는, 그렇잖아요.”

 

너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 도중이었다. 전조는 없었고, 너는 내 글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너의 말에 나는 되물었다.

 

뭐가그런데?”

 

선배는 생각이 날때만, 영감이 떠오를 때만, 쓰고 싶을 때만 글을 쓰잖아요.”

 

…….

 

그러니까 늘지 않는 거에요.”

 

나는 반박할 수 없었다. 정말로 그러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러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으니까. 아니, 이것도 변명이다. 결국엔 다 그런 것이다.

 

나는 항상 남에게 열등감을 가졌다. 그래서 글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 내가 쓴 글이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는 스스로를 욕했다. 나는 열등감을 가질 자격조차 없다고. 나에겐 그럴 권리가 없다고.

 

아마도 지금 내 표정은 참담할 것이다. 어쩌면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고. 거기서 멈춰줬으면 좋았을 텐데.

 

선배는 자기 자신 밖에 몰라요. 남에게는 아무런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죠.”

 

“…타인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게 이상한거야.”

 

이어지는 녀석의 말에 나는 조용히 반박해보지만 의미 없는 울림일 뿐이란 건 나도 알고 있었다. 차라리 대답을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걸.

 

적어도 선배는 그런 말을 하면 안돼요. 선배는 글을 쓰는 사람이잖아요. 그 누구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에요, 작가라는 건.“

 

말을 멈춘 너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무표정한 얼굴이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 더 얘기하지 말아줘.

 

하지만 나는 조용히 있었다.

 

직업이라고 해야하나, 선배는 무직이지만요.”

 

멈춰 서있던 네가 내게로 다가온다. 그런 환상이 보인다. 하지만 너는 원래의 그 자리에 서있었고 나는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멀어지는 네가 가깝다.

 

항상 그렇게 시종일관 자신은 초연한 것처럼 남들에게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으니까 글이 이 따위로 나오는 거에요.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이 선배의 자기 복제 밖에 안돼요. 모든 것이 오로지 선배 생각 밖에 없고요. 그럼 이 소설은 대체 뭐죠? 복사기에 대고 선배를 눌러 찍어낸 거랑 다른 게 뭔가요?”

 

선배가 계속 이렇게 하면 선배가 쓸 수 있는 건 사소설 밖에 없어요. 아마 평생을 써도 단 한가지 이야기 밖에 완성 못하겠죠. 다른 모든 건 그 이야기의 공산품일 테고요. 선배 소설은 그러니까 틀에 박혔어요.”

 

아니다. 틀에 박혔으면 그래도 봐주는 사람이라도 있었겠죠?”

 

누가 이런 걸 보겠어요? 오로지 선배가 보고 싶은 거만 쓰고, 선배가 쓰고 싶은 거만 읽고, 선배가 읽고 싶은 거만 생각하는 글을? 아직도 초등학교를 졸업 못한 어린애마냥 떼 쓰는거죠. ‘나는 이게 좋아. 그러니까 나는 이것만 읽고 이것만 쓸 거야.’”

 

그러니까 변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거에요.”

 

물론, 그 고집을 끝까지 부리면 괜찮아요. 그 글에 열정을 바칠 수 있으면 괜찮아요. 망해도 좋아요. 별로여도 좋아요. 틀에 박혔든, 사소설이든, 뭐든 간에 끝까지 갈 수 있으면 괜찮아요.”

 

근데 선배는 그러면서도 열정 같은 거 하나도 없잖아요.”

 

항상 무기력하죠. 끝까지 밀고 나갈 신념도 없고 자신을 관철하려는 고집도 없어요.”

 

웃기거든요, 그거. 사실은 알고 있잖아요. 선배가 잘못되어있다는 걸. 그래서 그렇게 자기 멋대로 살면서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게으름 피우고, 소심한 반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잘못된 것이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면 끝에 무언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왜 하지 않으세요?”

 

끝에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요?”

 

그러면 왜 시작하셨는데요? 시작부터 잘못되어있고, 끝은 아무 것도 없는 길을 왜 선택하셨어요? 그 끝에 아무 것도 없다고 하더라고 끝을 내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의미는 있어요.”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선배는 끝을 내는 것조차 못하고 있네요.”

 

선배가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로정말로 좋아하나요?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가끔은 그 사실마저 의심스러워요.”

 

이대로라면 선배는 절대 등단 못해요. 아니,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겠죠. ‘순문학 같은 건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라는 되도 않는 이야기나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상업적인 글을 쓸 생각도 없죠.”

 

쓸 수도 없고요.”

 

선배가 어느 쪽에도 어울리지 않는 회색 인간이라는 생각은 집어치워요.”

 

선배는 그냥 글을 못쓰는 거니까.”

 

선배가 쓰고 싶은 건 대체 뭔가요? 쓸 수는 있나요, 그 글을?”

 

항상 그렇게 애매하게 구니까 아무 것도 되지 못하는 거에요. 아무 것도 쓰지 못하고요.”

 

이딴 건글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고 너는 내가 준, 내가 쓴 원고를 그대로 찢어버렸다.

 

북북.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내 귀를 덮쳤다. 내 원고는, 내 가슴처럼 갈갈이 찢겨져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그걸 보고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내렸다.

 

반론,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너의 머리를 깨부쉈다.

 

너는 그리고 찬란히 웃으며 나를 보며 말한다.

 

바로 그거에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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