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 사람들이 아직 파라는 것을 먹지 않았을때 사람들의 눈에는 딴 사람이 모두 소로 보였답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나 제 형제를 소로 알고 잡아먹어버리는 수가 흔히 있었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형제를 소로 알고 먹어버렸읍니다. 나중에야 그것이 소가 아니고 제 형제인 것을 알았읍니다.
아무리 울며 뉘우쳐 보아도 한번죽은 그 형제는 다시 살아나지 않았읍니다.
"이 세상에는 필연 사람이 사람으로보이는 나라도 있으리라. 그 나라를 찾아 가야지…. 제 형제, 제 친구가 소로 보이는 이런 나라에서는 인제 더 살고 싶지않다."
그 사람은 이렇게 마음먹고 고향나라를 나와 나그네길을 떠났읍니다.
봄과 가을이 바꿔지기를 열번도 스무번도 더했읍니다. 어디를 가도 모두 사람을 소로 보는 나라 뿐입니다.
그래도 그 사람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저 나라에서 또 다른나라로, 정처없이 찾아다니면서 어느새 머리가 희도록 나이가 들어버렸읍니다.
🌕 🌕
하루는 모르는 나라의 어느 길가에서 피곤한 다리를 쉬고 있노라니 어떤 농부 한 사람이 옆으로 다가오며 “당신은 어디서 온 사람이며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하고 물었읍니다.
나그네는 정처없이 다니는 곡절을 이야기하고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는 나라를 찾아 다니는 길이라고 대답을 했읍니다.
농부는 그 말을 듣더니, “그럼 바로 여기가 당신이 찾는 그 나라라오. 이전에 파를 먹지 않았을 때는 이 나라에서도 사람을 소로 알고 서로 잡아먹는 수가 있었다오.
그러나 파를 먹기 시작하고부터는 그런 일은 없어졌다오.”
"파라니요? 파란 것이 대체 무엇인가요?"
나그네는 여기가 바로 자기가 찾던 나라란 말을 듣고 가슴이 떨렸읍니다.
"파를 보겠거든 나를 따라오시오. 파밭을 보여드릴게…"
그러면서 농부는 그 나그네를 데리고 파를 심어둔 밭으로 인도했읍니다. 나그네는 평생 처음으로 파를 보았읍니다.
이것만 먹으면 사람이 사람으로 보인다니… 어째 꿈 같기만 해서 곧이 들리지 않습니다.
농부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나서 나그네는 파씨를 구할 수 없느냐고 물었읍니다.
"드리고 말고요. 얼마든지 가져가시오."
그리면서 몇되나되는 파씨를 값도 받지 않고 나그네에게 주었읍니다.
파씨를 얻어 가지고 그 나그네는 달음질을 치다시피해서 자기가 살던 고국으로 돌아 왔읍니다.
- 하루바삐 이 씨를 심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제 형제, 제 친구를 먹지 않도록 해야지….
그 사람은 고국땅에 발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여기 저기 빈밭에다 파씨를 뿌렸읍니다. 그런 뒤에애 자기 살던 마을을 찾아 들에 갔읍니다.
맨먼저 옛날 친하게 지내던 어느 친구집으로 갔읍니다. 거기에는 다른 친구들도 여럿이 모여 있었읍니다.
"여보게들, 나를 알겠나? 내가 아무겔세…."
반가와서 이렇게 소리를 치며 친구들 곁으로 가까이갔읍니다. 그러나 그 친구들 눈에는 불행히도 이 사람이 소로만 보였읍니다.
“웬 소가 한 마리 들어 오는구나! 오늘 회치를 하렸더니 마침 잘 됐네….”
친구들은 새끼줄을 가지고나와 그 사람을 잡으려고합니다.
"아닐세, 이 사람들아! 네가 가까문갠데… 나를 모르나?"
소리를 아무리 질러 보아도 친구들은 알아내지 못합니다.
"그 놈의 소가 울음소리는 되게 크네!"
그러면서 여럿이 달려들어 그 자리에서 그만 그 사람을 잡아 먹어 버렸읍니다.
얼마 아니가서, 밭에서는 전에 보지못하던 푸른 푸성귀가 올라왔읍니다.
먹어 보니 향기가 있고, 음식에 넣으니 음식 맛이 아주 좋아집니다.
그보다도 더 신기한 것은, 그 푸성귀를 한 번 먹으면 사람이 소로 보이는 그런 일이 없어지고, 사람은 사람으로, 소는 소로, 분명히 구별을 할 수 있게 된 일입니다.
그 뒤로는 이 나라에서도 모두들 파를 먹게 되었읍니다. 친구끼리, 형제끼리, 서로 잡아 죽이는 그런 슬픈 일도 씻은 듯이 없어졌읍니다.
그러나 이 ‘파’가 어째서 밭에서 나게 되었는지, 누가 그것을 갖다 심었는지 그 연유를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읍니다.
(파를 들고 달리는 신농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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