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오후에 잡혀있지만 우리는 새벽 일찍부터 집에 나섰다. 오전 시간대에 CT촬영도 잡혀 있었으니까.

반룡은 이번에 검사할 땐 저번처럼 난리치지 않고 조용했다.

저번엔 검사가 무섭다고 하도 병원 안을 이리저리 날개를 파닥이며 도망다녀서 간호사분들이 붙잡는데 고생했었는데,

이번에는 많은 것을 받아들인 후인지 얌전히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2주 뒤에 진료를 예약하고 수납한 뒤 병원을 나왔다.

나가는 길 근처 가게에서 반룡에게 조각퓌자 한 조각을 사 주었다.

검사 직후는 빈속이라 기름진 음식을 자제해야 하지만, 금식 때문에 고생 많이 했던 반룡이 불쌍하고 대견해서 눈 감아주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반룡이랑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룡 말로는 대장내시경엔 세 가지 무서운 점이 있다고 한다.

그 중 첫 번째가 장 정결제를 마시는 것이라고 한다.

시고 맛없는 정결제 가루를 1.5리터 물에 타, 두 번에 걸쳐 총 3리터를 쉴 틈 없이 꾸역꾸역 마셔야 하는데

아무래도 체구가 작은 반룡에게는 무척 힘에 부쳤는지, 그걸 다 마시는 것만으로도 꽤나 고역이라고 했다

액체를 다 마시면 배가 빵빵해지는데 자칫 딸국질이라도 잘못 했다간 그대로 전부 토해버릴 위험도 있었고

설령 소화를 다 시켰다고 해도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는 것 또한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시경 전에 CT촬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CT촬영을 하려면 팔에 링겔을 꼽고 촬영기기에 누워서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링겔 주사바늘이 크고 아파서 무섭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이미 바늘에 익숙해져서 그건 아니라고 했다

정말 무서운 건 조영제라는데, 조영제는 CT촬영 결과가 잘 보이게끔 하기 위해서 주사바늘을 통해 투약하는 염색제다.

조영제를 넣어야 반룡 몸 안의 내장을 기기로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데

문제는 조영제가 되게 독한 약이라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제법 많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우리집 반룡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저번엔 촬영중 조영제를 투약했다가 부작용으로 오심, 구토가 발생하여

드러누운 채 자기가 뱉어낸 위액으로 퓌글퓌글 가글을 했던 경우도 있었다.

반룡에겐 그게 끔찍한 경험으로 남았는지, 이번 검사땐 조영제 부작용을 줄여주는 주사를 미리 맞았는데도

여전히 부작용이 재발할까봐 전전긍긍 불안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두려웠던 건 대장내시경 전 프로포폴을 주사하는 거라고 했다.

반룡은 대부분 인간보다 참을성이 좋지 않아서 내시경을 할 땐 수면 내시경이 반 강제적이었는데

대장 내시경 검사대 위에 누워서 프로포폴을 투약한다는 소리가 들리면

자신이 의식을 잃고 영영 다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언제나 자길 괴롭힌다고 한다.

매번 수면내시경 중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병원측엔 일체 책임이 없다는 계약서에 지장을 찍었던 기억이

내시경 검사 직전에 매번 떠올라,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내시경 중 세상을 떠난 반룡들이 적지 않다고 하지만, 우리집 반룡은 괜찮아할 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집 반룡도 그것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왜 티를 안 냈냐고 물었더니, 내가 걱정할까봐 일부러 의연하게 굴었다고 한다.

그런 반룡이 기특하고 대견하여, 나는 조각피자를 오물거리는 반룡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 저녁은 슈바인학센을 사주어야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