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 적성이 혈통을 통해 유전된다'

판타지 소설에서 꽤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다.

Q1. 그렇다면, 왜 전 인류는 마력 적성을 갖도록 진화하지 않을까? 현생 인류는 약 1만명 이하 극소수 집단의 후손이고, 인간의 근연종은 모두 멸종했다는 사실을 생각했을 때, 판타지 세계의 인류 또한 비슷한 진화 과정을 거쳤다면 모든 인류가 마법을 쓸 수 있어야 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 질문은 뒤로 하고, 인류사에서 또다른 예시를 보도록 하자.

유럽의 귀족 비율은 끊임없이 증가했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귀족 비율은 정체되었다. (조선시대 공명첩 등 작위, 신분의 부여가 아닌 혈통의 증가만을 생각했을 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문화적인 이유로 인해 유럽권에서는 귀족 계층이 더 많은 후손을 남겼고, 귀족 계층의 후손은 기근에서 평민 계층보다 효과적으로 생존하며 귀족 비율이 점차 증가했다. 하지만 동아시아권의 경우, 귀족 계층이 평민 계층에 비해 더 많은 후손을 남기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 체계와 구휼 등으로 인해 기근이 심하지 않았다.

Q2. 그렇다면, 중세 판타지에서 기사/마법사 비율은 유럽처럼 꾸준히 증가할 것인가 아니면 동아시아권처럼 정체될 것인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지도록 하자.

문명의 발달함에 따라 자연 선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근 3000년간 인류의 지능이 퇴화했다는 주장이 있다. 물론 이는 '퇴화'가 아닌 '다양성의 증가'로 보는 것이 옳다.

'지능 높은 게 좋은 거 아님?' 이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으나, 아무래도 틀린 생각이다. 짧게 표현 못 하겠으니 알아서 찾아보시라. 한 가지 첨언을 하자면, '과학적으로 근친교배와 유전병(열/우성 전체) 발병은 절대 무관하다'를 납득한다면, 똑같이 받아드리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무튼, 지능을 마력으로 치환하면 판타지 소설의 문명 수준이 기원전 10세기 인류 문명 수준보다 높을 때, 다양성의 증가로 마법사 비율은 감소한다. 더 낮을 때, 자연 선택으로 마법사 비율은 증가한다는 모델을 세울 수 있다.

Q3. 그렇다면, 평화로울 때는 기사/마법사 비율이 감소하고, 난세일 경우 증가할까?

글쎄 매우 어려운 문제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