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롄커의 '딩씨 마을의 꿈'을 읽고

옌롄커의 '딩씨 마을의 꿈'을 읽고앱에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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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23:30:46

조회 36 추천 0 댓글 7

허난 성의 매혈로 인한 집단 에이즈 발생 사건을 소재로 한 옌롄커의 글. 나라의 치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글이라 현지에서는 금서 지정이 되었다지만 뭐 읽는 입장에선 그다지 신경쓸만한 부분은 아니고, 중요한 부분은 할아버지의 꿈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진실의 뒷자락을 드러내는 것인데, 사실상 현실을 더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는 부분으로 사용되는듯.

에이즈로 인해 붕괴되어가는 마을의 상황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도 중간중간 드러나는 인간군상들의 욕심, 힘의 논리, 사랑이나 갈등 등을 보면 묘사는 상당히 탁월하다고 생각함. 잔혹성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담담한듯 서술하는 그 태도가 결국 모든 붕괴를 가리키고 있기에.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나타나는 성욕과 권력욕, 재물욕 등은 이야기의 감초가 되지만 결국 더 큰 권력과 재물에는 저항하지 못하는 것을 풍자적으로 잘 나타냈다 생각. 내일 죽을지도 모르지만 수백 위안에 달하는 관을 사고, 수천 위안을 들여 영혼 결혼식을 하고자 하는 인간 군상들을 묘사하는 것 자체가 상황의 비극성을 더 강조하는것이 되지않나. 인간적인 회복을 부르짖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재물과 권력에 사로잡히는 행태들이.

그 모든 방관의 끝에 결국 나름의 방식으로 끝을 낸 할아버지에게 남은것은 결국 모든 것이 사라진 마을이지만, 마지막의 여와 묘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회복의 희망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앞의 비극적인 사건들에 비하면 좀 갑작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자연적인 무언가라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을것 같음.

최근 위화를 읽었을 때 너무 잔혹성에 초점이 맞춰져 그쪽으로 말초적인 글이 아니지않나 생각했었는데, 옌롄커의 경우 서서히 붕괴해가는 집단에서의 행태들을 잘 써낸 것 같다는 생각을 함. 반대로 소재의 선정과 글에서의 인간성의 회복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위화와 다르게 대중적으로 읽힐 수 있는 글은 아닐거라고도 생각. 결국 자국민에게는 이런 이야기는 자랑스럽게 하고 싶은건 아닐테니.

전체적으로 소재 자체는 좀 국소적으로 보여도 결국 당시의 중국 사회상을 좀 비추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좋아하는 소재라면 재밌게 읽지 않을까요...중간의 불륜 연애파트는 그냥 평범하게 재밌었고.

아무튼...다음에 읽을 책은 나츠메 소세키의 '풀베개'혹은 왕샤오보의 '혁명시대의 연애'

언제읽을진 모르겟지만. 읽겟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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