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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계량하는 쪽으로 읽어봤던 거앱에서 작성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8 15:04:59
조회 119 추천 0 댓글 9
														

2bbcde32e4c1219960bac1e75b83746f77e1e2e8dadd61721ea26a8fa6152df21c540ec511322fc3f8feb77826a076d7

[그 데이터의 가장 흥미로운 측면은 내가 전혀 풀어낼 수 없는 문제를 발견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답이 없는 질문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만 던지는 데 익숙한 문학 같은 분야에 진정 필요한 것이다. 브레히트의 산문집 코이너 씨 이야기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나는 알아차렸다. 우리가 모든 것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가르침으로부터 많은 이들을 떠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선전 차원에서라도,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문제들의 목록을 작성해볼 수 없을까?"] (p. 36)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상당히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읽어보니, 분량에 비해 그 위명이 실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프랑코 모레티의 분석 속에서 개별 텍스트는 사실상 덩어리 속에 파묻히고, 그는 이 거대한 텍스트 덩어리들을 다루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한다. 제목의 "그래프", "나무", "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속에, 개별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며 그 안의 다채로움을 통해 다른 모든 글들을 해석하는 신비평이 설 자리는 없다.


흥미롭게도, 모레티의 분석 방법은 상당히 비-문학적이다. 글 안에서 그려내는 세상의 관계를 기하학적인 지도로 표현하는 "지도"가 그나마 하나의 텍스트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고, 나머지는 사실상 이 텍스트들이 세상에서 어떤 식으로 수용되었고, 어떤 것이 어떤 식으로 변화를 주었는지의 거대한 그림을 바라보는 데에 목표를 두는 듯하다. "나무"는 "그래프"보다는 조금 나은데, 모레티는 그 활용의 예시로 추리소설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꼽아서 수백년 동안 나왔던 추리소설 중 어떤 것들이 (적자생존 식으로) 살아남았고 어떤 것들이 완전히 잊혀졌는지를 수형도를 통해 가지치기 해가며 추리소설의 실마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보여준다. 아마 아크플롯 연구에 대해 기존과는 다르게 바텀-탑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가 싶다.


허나 책의 첫 방법론인 "그래프"는 읽는 입장에서도 상당히 즐겁게 당혹스러웠다. 이 분석 방법에서 정말 개별 텍스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레티는 수백 년의 역사 속에서 어떤 종류의 소설들이 어떤 지역들에서 인기를 끌었고, 그 구체적인 숫자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계량해 약 30년 가량의 텀을 두고 흥하다가 몰한 온갖 장르들을 들고 온다. 그 거대한 물결 속에서 예전 문학사 연구가 제시하는 소위 정전은 모든 빛을 잃고 실제 문학의 흐름에서 사실은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채 현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정도의 위치로 몰락한다. 게다가 모레티가 그 몰락 이후에 새롭게 이 흐름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서두에 인용한 구절처럼, 이것은 그저 우리가 아직까지 의식도 못하고 손도 대지 않은 채 남겨져 있던 거대한 문제에 불과하다. 무엇이 이 흐름을 만드는가?


예전에 모레티의 분석과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방향은 어느 정도 비슷한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브라이언 보이드의 <이야기의 기원>으로, 문학의 발전 과정을 이야기 추구 본능에서부터 찾으며 어떻게 인류 문명 속에서 소설이 점차 정교해지고 점차 복잡해지다가, 어떻게 점차 우리의 본능적인 욕구로부터 탈선하며 사람들의 흥미를 잃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책이다. 모레티나 보이드의 논지는 기실 비슷한데, 사회 속에서 적자생존의 법칙 하나만으로 다양하게 갈라지고 적응하며 진화하는 텍스트에 도입된 다양한 해석들은 사실 너무나 좁은 범위의 표본(혹은 정전)만을 활용해 창작한 해석일 뿐, 실제와는 너무나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정말 뛰어난 거장들은 이 서사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되어 있을 수준의 "필력"을 가지고 있다. 이 "필력"이라는 말은 참 애매모호하지만, 무언가 조금 읽자마자 이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쓰든 읽고 싶을 것 같다, 싶은 생각이 드는 일종의 다른 성분들로는 환원되지 않는 한 종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고, 이들의 승부를 해석하는 거대한 텍스트 덩어리의 해석을 위해서는, 확실히 이 둘의 접근 방식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 세상에는 그렇게까지 깊게 파고들 가치가 없는 텍스트들이 너무 많고, 그러기 위해 우리가 분석하지 않고 버려두는 학문적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다.


P. S. 역자 후기 마지막에 보아하니, 프랑코 모레티가 몇 년 전에 대학원생을 스토킹하고 추행한 혐의로 미투 고발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 참......

*

좀 요상한 접근법이긴 한데 뢰벤탈도 (문학비평을 한다는 의식 없이) 비슷한 사회적 접근법으로 텍스트를 대하긴 했음 기억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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