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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도만화리뷰 - 치키타 구구

위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3 04:50:29
조회 42 추천 0 댓글 1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너무 늦은 밤이라 글이 두서없어질거같긴 한데 직관적으로 느껴진 것만 끄적거려보자면

서로 사랑하는 사람은 닮는다...라는 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치키타는 솔직히 뒤로 갈수록 점점 무대의 중앙에서 퇴장하는 감이 있고, 담담이나 라라므에게서 이게 잘 느껴진 것 같아요. 담담은 식인 요괴들을 없애려고 자기 체질을 이용하려 했으면서 정작 오래 지내다 보니 요괴들을 좋아하게 돼서 자기 자신도 또 하나의 요괴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고, 라라므는 치키타처럼 인간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평범한 인간 그 자체가 되어버리니까요. 특히 요괴가 아닌 것을 요괴로 만들 수 있는 담담 본인이 요괴들에게 영향을 받아 요괴 비슷한 게 되어버렸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캐릭터별로 조명하자면, 솔직히 클리프는 뭔가 당연히 죽을 것 같았는데 끝까지 멀쩡히 살아남은 게 의외였습니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싸.가지없이 나와가지고 호감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오르그는 디자인 덕분에 이 만화에서 제일 커여운 캐릭이라 클리프의 비호감력을 상쇄시켜준 감이 있습니다. 이 둘은 처음에는 치키타와 라라므의 선배 격인 케이스로 나타났지만, 결국 치키타-라라므 콤비와 클리프-오르그 콤비가 아예 다른 길을 걷게 된 것도 그만큼 두 케이스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니켈은 죽는 걸 본 당시에는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거기서 죽었어야만 하는 캐릭터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라라므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에 가장 크게 공헌한 게 치키타라면 분명 그다음은 니켈이겠죠. 게다가 니켈은 끝까지 치키타와 라라므의 독백이나 상념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만화 내용 중간에 사람은 그리운 고인의 모습을 다른 새로운 사람에게서 찾아본다는 말도 나오고, 담담의 안에 함께했던 요괴들이 계속 살아간다는 말도 나오는데, 니켈의 경우가 정확히 죽은 사람이 계속 산 사람의 내면에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무척 아련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개인 서사도 딥하고, 캐릭도 너무 예뻐서 제 마음속에서는 끝까지 니켈이 이 만화의 메인 히로인으로 기억에 남아서 특히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니켈 죽고 그 직후에 소꿉친구까지 시집보낸건 좀 더 충격이었어요...

사실 니켈 죽은 이후 4-5권은 살짝 지루해진 감이 있었습니다. 페트라스 황제라는 인물은 좋았지만 판이 확 바뀌면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 발란스나 새듀스 그리고 파이에가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었거든요.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셋 다 합쳐도 니켈을 잃은 마음의 구멍을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작가가 노렸으리라고 생각하고 계속 읽다 보니, 뭔가 페트라스 황제의 죽음도 무척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이 황제라는 캐릭터 자체가 좀 신기했어요. 불로불사를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캐릭터는 익숙한 느낌이고, 또 거기에서 죄책감과 자기모순을 느끼는 것까지도 익숙한 느낌인데 요괴에게 감염돼서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데 느끼는 죄책감만 배제되어 있다는 게 신선한 감이 있었습니다. 자기합리화를 한 것도 아니고 순수한 악인도 아니라 그냥 정말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 오히려 불쌍하기까지 하더군요.

어쩌면 라라므는 그런 페트라스 황제에서 더 나아간 캐릭터일지도 모릅니다. 식인 요괴가 아닌데도 외롭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속여 인간을 마구 죽였고, 감염되지도 않았지만 거기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라라므는 결국 치키타라는 사람과 함께하며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이 된 끝에 모든 죄를 받아들입니다. 그 업보를 짊어지려고 가장 괴로운 모습으로 돌아가고,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죠.

아마 이 결말에서 좀 당황한 사람이 많을 듯합니다. 사실 이 만화가 평범한 해피엔딩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습니다. 이전 에피소드들도 뭐 다 잘 끝난 것 같으면서도 작은 글씨로 쓴 한 문장으로 찝찝하게 만드는 경우가 꽤 있었거든요. 새듀스와 결혼한 발란스가 죽는 건 그렇다 치고 (물론 이것도 충격적이었지만) 라라므가 여자가 되어 치키타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게 저를 패닉에 빠지게 했습니다. 라라므가 주로 곰으로 등장했기에 처음에는 애인 관계를 기대했으면서도 갈수록 친구, 혹은 형제쯤으로 여기게 되었기에(아무리 생각해도 여자보다는 남자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음) 라라므가 인간 여자가 되어 치키타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게 (중요해서 두 번 씀)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 결말은 두 갈래로 추측하게 됐습니다. 작가가 그냥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를 보여주려고 했다, 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 조금 대충, 그리고 빠르게 결말을 내려고 했나 싶었던 거죠. 하지만 라라므가 사람을 잔뜩 죽인 건 뭐 속죄했으니 그렇다 치고, 치키타 엄마 아빠를 잡아먹은 요괴가 치키타와 결혼해 치키타의 아이를 낳는다는 게 이게 진짜 말이 되는 짓거리가 아닌 것 같아서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만화에서 맛 없는 인간과 식인 요괴의 관계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첫째로 담담과 식인 요괴들. 여기서 담담은 식인 요괴에게 역으로 영향을 세게 받아서 자기 자신도 식인을 추구하려 하는 괴물로 전락합니다. 이건 누가 봐도 바람직한 관계가 아닙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치키타와 라라므. 언뜻 보기에 라라므가 속죄하고 결혼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 듯싶지만, 결국 과거를 완벽히 떨쳐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말 이게 최선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이걸 진지하게 생각해서 낸 결말이라는 가정하에, 저는 결국 마지막 화에서 치키타와 라라므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클리프와 오르그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작가가 최고라고 꼽는 관계는 클리프와 오르그가 아닌가 합니다. 

오르그는 여전히 클리프를 사랑해서 인간을 먹지 않지만, 인간의 마지막 순간 그 감정을 먹는 것으로 대체해서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리프는 과거와 똑같이 계속 인간혐오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오르그와 함께 살아가고 있죠. 생과 사의 경계로 넘어간 것처럼 보이니 담담처럼 짭불로불사도 아니고 찐불로불사가 된 걸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찝찝한 부분을 가져가지 않고, 잘라내지도 못하고, 결국 불편하게 안고 간 치키타-라라므와 달리, 클리프와 오르그는 담담히 인정하고 계속 그 태도를 견지하되 한층 성숙해집니다. 단순히 죽이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누구에게도 해가 없는 방식으로 바꾸니까요. 결말에서 치키타와 라라므를 안 보여주고 클리프 오르그 듀오를 보여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좋은 만화였습니다. 다 본 직후에는 첫 번째 추측만 남아있어서 너무 좀 아니다 싶었는데,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니 여운이 남네요. 이걸로 보내주신 책 전부 리뷰 남긴 것 같은데 전부 나름의 울림이 있는 작품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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