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하고 그는 모렐 씨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버지, 안심하고 돌아가십시오, 제가 살아남지요.” 

모렐 씨는 아들의 무릎에 쓰러지려 했다. 막시밀리앙은 아버지를 끌어 안아 일으켰다. 그리고 이들의 숭고한 심장은 잠시 동안 서로 마주 닿아 뛰고 있었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 건, 너도 알겠지?” 하고 모렐 씨가 말했다. 막시밀리앙은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전 아버지가 제가 알고 있던 사람들 중 제일 정직하신 분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됐어, 그럼 모든 얘긴 끝났다. 자, 그럼 네 어머니와 누이에게로 돌아가거라.” 

 “아버지.” 청년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제게 축복을 내려주십시오.” 

모렐 씨는 두 손으로 아들의 머리를 붙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다가 수없 이 입을 맞추었다 

“오, 아버지, 아버지.” 청년은 소리쳤다. “그래도 어떻게든 아버지가 사실 수만 있다면!” 

 “내가 살면 사정은 달라진다. 내가 살면 신용은 의혹으로 변하고, 동정도 변하여서 모두들 악착스럽게 덤벼들 거다. 내가 살면 난 약속을 어긴 인간, 그러니까 결국은 하나의 파산자에 지나지 않을 거다. 그러나 내가 죽는다면 사정은 정반대지. 생각해 보아라. 막시밀리앙, 내 시체는 단지 불행했던 정직한 인간의 시체일 뿐이다. 내가 죽으면야, 마르세유 전체가 눈물을 흘리며 내 무덤까지 따라와 줄 게 아니냐. 내가 살아 가지고서는 너는 내 이름을 대는 게 부끄러울 게다. 그러나 내가 죽으면, 넌 머리를 들고 ‘난 평생에 처음으로 약속을 지킬 수가 없게 되어서 자살을 한 사람 의 아들이다’라고 말할 수가 있다.” 

청년은 괴로운 듯이 신음 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젠 체념한 표정이었다. 그에게도 하나의 신념이, 마음속에서가 아니라 머릿속에 뿌리를 박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