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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베와 똑같이 생긴 말딸이 되었다앱에서 작성

구르미엄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12 04: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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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베와 똑같이 생긴 말딸이 되었다

~

*경마 잘 몰라서 시간대라던가 이상할 수 있음
*전생물임 우마무스메 없는 세계에서 우마무스메 모르는 사람이 전생함 다만 전생 자체가 큰 의미가 있지는 않음
*전생 전의 성별은 알아서 생각하시면 됨 안정해둠
*팩트는 아야베는 정신병자가 아니란 거임
*극장에서 RTTT보고 사흘간 계속 아야베 생각만 나서 써봄






~

오랜, 긴 꿈을 꾼 것 같다

너무 행복했지만
너무 씁쓸한 꿈

나는 누군가와 함께 달리고 있었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는 울고 있었다.

~

눈을 떴다.
아니, 사실 눈은 이미 뜨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그 순간 정신을 차렸다고 해야겠지.
나는 침대 위에서 반쯤 누운 채로 있었고, 내 앞에는 TV가 틀어져 있었다.

TV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달리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고, 이윽고 누군가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나리타 탑 로드 골인!! 나리타 탑 로드~!! 탑 로드가 드디어 해냈습니다!!! 몇 번이고 아쉽게 손에 넣지 못했던 왕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여 드디어 다다른 나리타 탑 로드!!! 손을 번쩍 듭니다! 기뻐하고 있습니다! 탑 로드가 해냈습니다! 트레이너도 기뻐하고 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한 사람… 사람? 누군가가 끝에 다다랐다. 그 사람은 울고 있었고, 말했다.

[드디어… 드디어 이겼어요. 지금까지 몇 번이고 졌는데, 그래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저, 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왜 울고 있는 걸까, 저 사람.

알 수가 없어서,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

누구에게 물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답, 아니, 반응은 옆에서 돌아왔다.

쨍하고 무언가를 떨어트린 소리가 울려퍼졌다.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간호사가 한 명 있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뭔가를 떨어트린 것 같았다. 엄청나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간호사가, 곧 문을 열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선생님!!!”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며.

~

곧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쌓였다. 모두 의사 아니면 간호사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내게 와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말… 할 수 있겠니?”

할 수 있다.

하지만 딱히 말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였어!”
“세상에!”

대체 왜 저렇게 당황하는 걸까. 겨우 고개를 조금 끄덕이는 정도로.

“말을 할 수 있다면 혹시 지금 네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침대에 기대서 앉아 있어요.”
“그래. 그래 보이는 구나. 혹시 뭔가 기억나는 건 없니?”

기억? 모르겠다. 무언가 흐릿하게 스쳐 지나갈 뿐, 제대로 무언가를 떠올릴 수 없었다. 내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몸이랑… 다른 것들부터 검사를 해봐야겠군.”

의사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지시를 내렸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지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어서 나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꼬리를 꿈틀거리며 불만을 표현했다.

…꼬리?

꼬리라고?

나는 엉덩이 밑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거기에는 확실히 분명하게 내 몸에 붙어 있는 꼬리가 있었다. 나는 옆으로 삐져나온 꼬리를 손에 들고 물었다.

“이게… 뭐에요?”

그 말에 한 간호사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꼬리란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닌데.

“왜 있는 거죠?”
“너는 우마무스메니까.”

…우마무스메?

“우마무스메가 뭐죠?”
“우마무스메는 우마무스메란다…. 이런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구나.”

질책하는 표현이 아니었다. 너무 안타까워서 어쩔 수 없다는, 그런 슬픔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우마무스메가 무엇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에 손을 들어 머리를 만져 보니 거기엔 귀가 있었다.

“이건 뭐죠.”
“그건 귀야.”
“귀가 왜 여기 있나요?”
“우마무스메니까.”

우마무스메가 대체 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상황은 내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고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질문을 받았고, 질문했다. 신체 검사도 받았다.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왼쪽 다리는 아예 제대로 쓸 수 없었다. 지금은 애초에 몸 전체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수준이긴 하지만, 왼쪽 다리는 움직일 수 없다, 수준을 넘어선 무언가 근본적으로 망가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이 뭔지, 우마무스메가 뭔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그런 것들을 잔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기억들은 지금 말해주는 이야기와는 너무 달라서, 아무 것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입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말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말에 따르면, 나는 우마무스메였다.

인간과는 다른 생물인 것 같다. 머리에는 귀가 달려 있고, 꼬리도 있으며,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런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아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선생님을 부르면서 나간 그 간호사도 우마무스메였다.

그리고 내가 왜 여기 있는가, 의사의 표정은 침울하게 가라 앉은 상태였다. 나에게 제대로 말하는 것도 힘들어 하는 상황이었다.

“아마 방금 깨어났으니까, 지금 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게 참 힘들구나.”
“….”
“너는…이 병원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평생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단다.”

그렇구나. 내 기억이 그걸 부정했지만,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너는 살아있었어. 눈을 뜨고 있었고, 밥을 주면 먹기도 했지. 잠도 잤었어. 하지만, 그 어떠한 반응도 제대로 하지 않았어. 말은커녕 옹알이조차 제대로 못했고, 다른 사람들을 인식하지도 못했고 그냥 인형처럼, 마치 살아만 있는 그런… 느낌이었지.”

그래서 아까 그렇게 사람들이 놀란 걸까.

“…네 부모님은 계속해서 널 포기하지 않고 지원해 주었단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멍하니 살아만 있던 너를.”
“그 분들은 지금 어디 있나요?”

의사가 참담한 표정으로 말을 절었다.

“그들은… 그들은….”

말하기가 참 힘들어 보였다. 아니, 힘들다기 보다는 이걸 말해도 되나 싶어 하는 깊은 고뇌의 느낌이었다.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10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단다.”

그래서 그랬구나.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게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 왔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 뒤로도 의사는 힘든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다행히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남겨둔 유서가 있었다고 한다. 내 치료에 모든 돈을 아끼지 말라는 얘기, 그리고 내게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는 이야기 정도였다. 일가친척은 따로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말은 내가 천애고아라는 소리였다.

돈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그가 말을 끊었다.

그런가. 나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부모님의 유산으로 이곳에 있었던 건가.

머리가 아파서 인지, 표정이 찡그러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절반 쯤은 무슨 소린지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절반 정도는 애초에 아는 것 들이었다.

그보다, 궁금한 게 있단 말이야.

“…그 사람은 누구죠?”
“누구를 말하는 거니?”
“아까… TV에서 나오던 사… 아니, 우마무스메.”

그 말에 옆에 있던 간호사 우마무스메가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나리타 탑 로드야. 오늘 열린 킷카상의 우승자란다.”
“킷카상…?”
“레이스의 이름이야. 너도 우마무스메구나.”

이 질문이 대체 우마무스메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궁금증은 해결되었다.

그 우마무스메의 이름은 나리타 탑 로드구나.“

“…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을 때 유일하게 반응하던 게 레이스의 방송이었단다. 그래서 내가 자주 네 방에서 레이스를 틀어주고 같이 보곤 했어.”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간호사 우마무스메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기억하지 못하겠지.”

기억할 수 없었다.

그게 미안해서 그랬을까. 나도 모르게 그녀의 옷깃을 잡았다.

그녀가 놀란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위로해주는 거니? …고마워.”

이건 위로였을까?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할 이야기는 아주 많이 있었다. 하지만 곧 나는 피곤해져서 눈을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의사와 간호사는 그들이 나를 너무 오래 붙잡아두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나를 침대 위로 올려주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았지만, 나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그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꺼냈다.

“…내 이름은 뭐에요?”
“…말해주는 걸 잊고 있었구나.”

간호사가 미안해하면서 말했다.

“네 이름은,”

아벤타도르 데네브

“그 네 이름이란다.”

여름의 대삼각형이었다.

~

나는 우마무스메가 아니다.

우마무스메가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부정할 수 없는 우마무스메의 모습이었지만, 내 기억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살던 세계에 우마무스메 같은 건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곳은 내가 살던 곳과 다른 세계인 걸까?

이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세세한 건 떠오르지 않는다. 내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조차도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건, 그때도 내게는 가족이 없었다는 것, 많이 힘들었다는 것, 많이 슬펐다는 것, 그리고는 차에 치여 죽었다는 것 정도였다.

아, 지금의 내 부모님이 죽은 것과 같은 사인이구나.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어떻게 이 세계에 온 걸까?

만화나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빙의라도 한 걸까?

이 불쌍한, 정신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아이에게?

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게 ‘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남의 몸을 뺏은 기분은 아니었다. 근거가 내 기분 밖에 없었지만, 정말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환생한 걸까?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몰랐다. 그게 내 바램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몸을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생한 거라면, 왜 지금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전생에서 그렇게 갖고 싶었던 가족. 가족이 지금의 내게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늦게 와버려서, 그들의 얼굴조차 모른 채로 그들은 내게서 떠나갔다.

슬펐다. 많이 슬픈 것은 아니었다. 원래부터 없었으니까, 아쉬운 슬픔의 정도였다.

하지만 미안했다. 내가 갖지 못했던 그들에게 미안했다. 간호사 언니가 내게 전해 준 사진에는, 평범한 인간 남성과 한 우마무스메가 있었다. 그들은 어린 아이를 안고 있었다. 어쩐지 슬퍼 보이는 표정. 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간호사 언니가 나를 불렀다. 어떤 식으로 불러야 하냐고 물어보자 언니라고 불러도 된다고 하더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언니라는 그 말이 너무너무 어색하고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렇게 부르지 못했는데, 간호사 언니가 너무 슬픈 표정을 하고 있어서 결국엔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간호사 언니가 말하기를, 재활 치료의 시간이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제일 싫어하는 시간이었다.

내 몸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 의지로 움직였던 적이 없음에도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재활 치료만 성실하게 받으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한다.

왼발만 빼고.

내 왼쪽 다리에는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장애라고 한다. 그래도 최대한 치료를 해서 절뚝이는 정도로는 걸을 수 있다고 한다.

…재활 치료만 성실히 받으면.

내가 하기 싫다고 해도, 이 병원의 사람들은 봐주지 않았다. 안타까워 하면서도 단호하게 내게 치료를 받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든 견딜 수밖에 없었다.

“…힘이 많이 약하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평생 지금 처음 일어나서 움직이는 건데.

“평범한 우마무스메가 가진 신체 능력의 절반에도 못 미쳐. 이 정도면 평범한 성인 인간 남성 수준인가…. 역시 너무 오래 누워있던 것에 대한 영향인가.”

재활 치료를 하면서 느끼기를, 지금의 내 몸도 충분히 힘이 센 거 같았는데, 평범한 우마무스메는 이거보다 두 배는 아득히 넘게 쎄단 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내가 뭐 반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내 병원 생활은 거의 대부분이 재활 치료와, 기본적인 교육으로 이루어 졌다. 아무래도 평생 누워만 있었으니 당연히 모를 것들에 대해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물론 전생의 기억이 있어서 절반 정도는 이미 아는 것이었지만, 우마무스메라는 존재부터 내가 모르던 것이니 열심히 받아 들었다.

남은 시간에는 글 공부를 위한 그림책 읽기, 아니면 TV 시청 뿐이었다.

일반적인 병실에는 원래 이런 게 없다는데, 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진 것이 레이스여서 의사 선생님의 사비를 들여서 직접 들여놓았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깨어나고 나서는 레이스를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나를 전담 마크해주는 간호사 언니가 자연스럽게 레이스를 틀었지만, 나는 다른 걸 보자고 했다.

“어째서니?”
“보고 싶지 않아요.”

간호사 언니는 그제서야 내 왼발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정말 슬픈 표정으로 채널을 돌렸다. 그런 이유가 아니니까,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래서 TV로는 어린 아이들이나 볼 법한 유치한 애니메이션 밖에 볼 수 없었다. 사실상 내가 아기나 다름 없는 상태여서 간호사 언니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이겠지만, 내게는 고역이었다. 그래도 티를 낼 수는 없어서 얌전히 봤지만.

오늘도 유치한 율동이 나오는 TV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간호사 언니가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직 들어오라고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항상 이런 식이었다. 딱히 별 상관은 없지만.

“오늘은 선물을 준비했단다.”
“선물?”
“귀 가리개야. 귀걸이라던가, 다른 장식도 많긴 하지만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걸로 골랐어.”
“귀 가리개?”
“혹시 귀가 좀 허전하거나 하지 않니? 보통 우마무스메는 그래서 한 쪽 귀에 이런 걸 다는 편이란다.”

아, 머리에서 느껴지던 위화감이 그것 때문이었을까?

간호사 언니가 선물한 귀 가리개는 작은 리본이 붙어있고 파란색이었다. 자연스럽게 귀 가리개를 받고,

‘왼쪽’ 귀에 씌웠다.

“너는 왼쪽이구나.”
“왼쪽?”
“음, 나도 잘은 모르지만 다들 어디에 다는지 좀 다르거든. 나도 왼쪽이지? 꼭 오른쪽에만 다는 애들도 많아. 양쪽에 모두 다는 우마무스메도 있다더라.”

그런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말대로 오른쪽에 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디에 다냐에 따라서 레이스의 적성 같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던데… 아, 미, 미안!”

내가 레이스를 보고 싶지 않다 한 이후로 레이스에 대한 화제를 의도적으로 피하던 간호사언니였다. 실수로 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내게 사과해 온다.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데 말이지.

“괜찮아요.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도… 미안해.”

정말, 무슨 착각을 하는 걸까.

나는 전혀 레이스에 나가고 싶다던가 하는 생각은 없는데.

달리고 싶다, 라는 그 감정은 우마무스메의 본능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레이스에 도전한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것도 전생의 영향인 걸까?

~

정신을 차리고 나서, 반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고 보면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렇게 머리가 긴 편이 아니었다. 간호사 언니가 주기적으로 잘라줬다고 하는데, 내가 정신을 차린 후에는 내 선택에 맡긴다고 했다. 머리에 별 관심이 없어서 딱히 자른다고 말을 꺼내지 않아서 그런 걸까, 어느새 머리는 길게 자라 있었다.

그 동안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을 배웠다. 기초적인 교육도 받았고, 재활 훈련도 성실히 받았다. 몇 번 도망치긴 했지만, 금방 잡혀서 어쩔 수 없이.

반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회복이라고 한다. 동시에 배우는 것도 아주 빨라서 적어도 병원에서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은 전부 최대한으로 받았다고 한다. 간호사들이 기초적인 걸 가르쳐 준 후에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교육을 받았는데, 그것만으로도 벌써 초등학교 과정은 완전히 끝을 냈고, 중학교 과정도 대부분 클리어했다.

간호사 언니는 나보고 천재가 아니냐고 했지만, 물론 당연히 전생이 아니었으면 이런 건 불가능했다. 애써 부정해도 겸손이라고 생각하니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전생을 말할 수도 없지만.

다만 우마무스메가 받는다는 ‘경주’ 과목은 아예 배우지 않았다. 어차피 달릴 수도 없는 몸이었다. 트레센에 갈 것도 아닌데 그런 걸 배워서 뭐에 쓰는데.

어쨌든 이렇게 매우 빠른 회복 덕분에, 슬슬 퇴원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아직 내가 어떻게 정신을 차린 건지도 알 수 없었고, 확실하게 건강해진 건지도 확신이 안된다고 했지만, 내가 봤을 때 나는 이미 충분히 건강해졌다.

그러고 보면, 나는 퇴원을 하면 어디서 살아야 하는 거지?

궁금해서 간호사 언니에게 물어보니, 항상 내가 곤란한 질문을 할 때 하던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일단 너는 따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태여서 서류상으로는 한 보육원에 적을 둔 상태기는 해. 하지만… 네 부모님이 남겨 주신 집이 있으니까,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집으로 가도 되고, 보육원에서 지내도 돼.”
“그런가요.”

평생을 침대에서 살아서 그런지, 나는 길게 말하는 것도,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어색했다. 그래서 항상 이렇게 딱딱한 말투로, 고저가 없는 목소리를 낸다. 내 나름대로는 고맙다, 라는 마음을 담고 말하는 거지만, 전해지고 있을지는 모르겠네.

“…데네브 짱은 아직 어리니까, 나는 네가 보육원에 갔으면 좋겠어. 마음 같아서는 내가 데리고 살고 싶지만….”
“괜찮아요.”

어쩐지 상처 받은 표정을 하는 간호사 언니.

“그래도 너는 아직 한 살인 아기나 마찬가지니까,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해. 너의 집으로 돌아가도….”

아무도 없다.

그런 말을 하려는 거겠지.

애써 말을 삼키는 그 배려가 고마웠다.

“잘 모르겠어요.”

보육원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곳에는 좋은 기억이 없었다. 어차피 항상 혼자 살았으니까, 이제 와서 혼자 사는 게 어렵지도 않았다. 그걸 모르는 간호사의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겠지만, 퇴원하게 되면 아마 혼자 살겠지.

그래도 대답은 애매모호하게 해두었다. 걱정이라도 할까봐.

퇴원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전의 삶처럼 살게 되는 걸까?

전생에도 항상 혼자였는데, 이번의 삶도 혼자가 되는 걸까. 그건 싫었지만, 그렇지 않게 사는 법을 배운 적은 없었다. 인터넷으로도 배울 수 없었다.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학교에는 가야겠지. 나이로 따지면 중학교에 편입하게 된다. 이미 중등부 과정은 거의 다 끝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는 아직 어려서.

학교에서 이전처럼 적당히 배우고 졸업하면 취직하고 돈을 벌고… 그렇게 사는 걸까.

재미없는 삶이다.

그것 말고는 모르지만.

어쨌든 돈은 벌어야 한다.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병원비의 문제도 있으니까.

안타깝게도 우리 집은 원래 그렇게 부유한 편은 아니었나 보다. 유산과 사망 보험금에서 지금까지 병원비가 나가고 있었다는데, 사실 지금은 이미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한다.

일가친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누가 때먹은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병원비가 어마어마하게 비쌌을 뿐이었다. 그럴 만하지. 아예 정신도 못 차리는 애를 살려두는 일인데.

덕분에 혹시라도 내가 만약 정신을 차린다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 정도만을 제외하면 돈은 이미 바닥이 났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아직도 병원에 있는 거지?

사실 날 돌봐주던 간호사들과 의사 선생님의 사비, 그리고 기부금과 정부 지원금 같은 거로 어떻게든 해결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 준 건, 잘 모르는 다른 우마무스메 간호사였다. 정확히는 실수로 흘린 병원비 얘기를 꼬치꼬치 캐물으니까 실토한 것이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언니에게 직접 물어보니,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은 갚을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미래에라도 돈을 벌게 된다면 꼭 갚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이 필요하고.

이 세계는 우마무스메의 레이스가 엄청나게 인기 스포츠라고 한다. 내가 레이스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한 이후로 간호사 언니가 어떻게든 내게서 레이스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도 않고 접하지도 못하게 해줬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내가 알음알음 듣게 된 바에 따르면 레이스에 나가면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다는데, 아쉽게도 이 다리로는 달릴 수가 없었다. 달릴 수 있었다 치더라도 내가 레이스에서 돈을 벌 정도로 잘 달릴 수 있을 지는 완전 모르는 이야기지만.

그러고 보니 내게 병원비에 대해 알려 준 간호사가 어쩐지 나보고 ‘…닮았네, 역시.’ 라는 말도 하던데, 무슨 얘기냐고 물어보니 이것 만은 결코 대답해주지 않았다. 부모님의 이야기일까?

어쨌든 그렇게 인생의 계획은 어떻게든 잡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겠지. 대학은 사치다. 고등학교에 가서 졸업장을 따고 바로 취직을 하자. 전생에 나는 어떤 일을 했을까? 그게 기억이 난다면 도움이 될 지도 모르는데, 이런 건 전생의 이름처럼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적당한 기업에 들어가 회사원을 했거나, 그러지 않았을까.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서 그냥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를 떠올렸을 뿐인 의미 없는 추측이지만.

그래서 결국 적성은 학교에 가서 찾아 봐야 했다. 지금까지는 아직 특별히 내가 재능이 있다거나 흥미를 느끼는 분야는 찾을 수 없었다. 경주에 관해서는 아예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쪽은 내가 재능이나 흥미가 있건 없건 간에 어차피 갈 수 없는 분야니까.

~

나는 딱히 아무 것도 찾지 못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대충 8개월 정도인가…. 결국 병원에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들은 좀 더 남아있기를 바란 것 같지만, 그들 역시 자원봉사자가 아니었다. 백년천년 나를 돌봐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날 위해 무한정으로 병원비를 내줄 수 있는 사람 또한 아니었다.

그 사실이 그들에게 어떤 죄책감을 쥐어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그렇게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들은 이미 충분히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나는 고마움을 느꼈으면 느꼈지, 배신감 같은 건 전혀 없으니까, 내게 그렇게 미안한 표정을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응, 그래.

헤어질 때 정도는 웃을 수 있어야지.

내가 살 집에 대해서는 이미 가봤다. 간호사 언니는 결국 내가 혼자 부모님이 남겨 주신 집에서 살겠다는 말에 어떻게든 내 생각을 돌리려 했지만, 내 생각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간호사 언니는 포기하고 그냥 나를 도와주기로 했고, 같이 집에 찾아가기도 했다.

집에서 딱히 느껴지는 건 없었다. 과거의 추억이나 기억, 이런 건 전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아무래도 한참이나 오래 놔둔 집이라 청소가 필요해 보였다. 먼지가 잔뜩인데 괜찮을까? 하는 고민을 끝내기도 전에 간호사 언니가 사비로 청소 업체 사람들을 불러주었다.

그렇게 홀로서기 할 준비를 끝냈다. 드디어 내가 퇴원하는 날이 되었다. 병원에서 날 돌봐주던 사람들 모두가 나를 배웅했다. 그러면서 내게 퇴원 선물을 전해주었다.

지팡이였다. 한쪽 다리를 저는 나에게는 필수적인 물건이었다. 지금까지는 병원에서 준비해준 예비용을 쓰고 있었는데, 퇴원 선물로 아예 내 몸에 맞춰서 만든 것을 새로 준비해 준 모양이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모두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작별 인사를 했다. 의사 선생님과 다른 간호사 분들에게, 그리고 간호사 언니에게. 간호사 언니는 울었다. 울려버렸네. 울면서도, 자주 내게 찾아온다는 말을 전했다. 집은 이 병원과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 말 만으로도 고마웠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주렴, 데네브 짱. 꼭 도와주러 갈 테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고 간호사 언니를 한번 안아주었다. 그러니 간호사 언니도 나를 마주 안아주었다.

따뜻한 품이었다. 내 꼬리가 조금 흔들렸다.

참고로 어차피 간호사 언니가 내 집에서 바래다 주기로 한 거라 우린 바로 헤어지진 않았다. 차에서는 둘 다 조금 얼굴이 발개진 채로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

집은 혼자 살기에는 조금 넓었다. 그리고 조금 괴로웠다. 청소 업체에서 깔끔하게 청소를 해주고 갔지만, 안에 있는 물건들은 당연히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래서 마치 이 집만이 시간이 멈춘 채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어딜 가든, 사진으로 밖에 보지 못한 부모님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식기라던가, 옷이라던가, 전혀 즐겁지 않은 것들이 잔뜩.

기억조차 없는 부모님의 흔적이 슬픈 것은 아니었다. 그냥 조금, 쓸쓸했을 뿐이다.

사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이전에 살았던 것과 똑같았다. 그냥 다리가 조금 불편할 뿐. 아예 걷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 병원과 달리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다행히 최소한의 유산은 남아 있는 상태였고, 정부에서 따로 지원금도 나와 생활고도 없었다.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계속 그럴 것이다.

이제는 혼자서 꼬리 빗질을 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병원에서는 항상 간호사 언니가 해줬는데.

곧 나는 중학교에 편입했다. 트레센은 당연히 아니고, 평범한 일반 중학교였다. 사람과 우마무스메가 섞여서 다니는.

교사들은 내 사정을 알고 있지만, 다른 학생들에게는 따로 말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야 그럴게 중학교니까.

이 나이대의 어린 아이들은 악마나 마찬가지였다. 굳이 내 입으로 그런 애기를 떠들어서 약점을 노출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저는 우마무스메라는 시점에서 약점은 충분히 노출하고 있었다.

첫 날에는 나에게 친절히 다가오는 이들도 좀 있었지만, 모두 그러다 말았다. 아무래도 내 파멸적인 사교성이 문제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깨어난 지 1년도 되지 않는 아기나 마찬가지였고, 벌써 오랜 시간을 살았던 어른이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중학생과 어울릴 정신머리는 아니었다.

딱히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살아 왔으니까.

그래도 여기 애들은 착해서 그런 건지, 적어도 나를 왕따시킨다거나 괴롭히지는 않았다. 그거면 충분했다. 결국 친구는 생기지 않았지만.

차차 이 세상에도 적응이 되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우마무스메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걸 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레이스가 다가올 때는 주변의 흥분된 열기가 느껴지는 것도 익숙해졌다. 내가 주변에 있는 걸 알면 모두가 입을 다물었지만.

신경 써주지 않아도 되는데, 사실 이 반응도 익숙해지긴 했다.

달리지 못하는 우마무스메라니.

어딜 가도, 누가 봐도, 모두가 나를 동정의 눈길로 쳐다 본다. 그런 세상이었고, 그런 생물이었다. 우마무스메라는 것은.

~

슬슬 나에게도 이 세상의 주민이란 자각이 텄을 무렵, 그 일은 등교 중에 일어났다.

다행히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서 나는 매일 아침 걸어서 등교하고 있었다. 물론 지팡이를 짚으며.

당연히 보통으로 걷는 것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침에 씻고 머리를 말리고 꼬리 빗질 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는 항상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났다.

준비를 끝내고 집에서 나섰다. 너무 일찍 나왔나, 싶기도 했지만 일찍 간다고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등교할 때면 항상 주변의 풍경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그냥 걷는 속도가 느려서 자연스럽게 생긴 버릇이다.

그래서 등교할 때 지루함을 막기 위해 나는 항상 가던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도 곧장 가곤 한다. 그러다 가끔 지각하거나 길을 잃을 때도 있지만, 내가 지각해도 어째서인지 교사들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 사실 이유는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런 건 편하긴 하네.

그 날도 평소와는 다른 루트로 학교에 가고 있었다. 강가 쪽이었다. 위쪽 길에서 강을 내려다 보며 걷고 있는데, 귀가 축 처진 채로 힘들어 하면서 엄청 느린 속도로 달리는 우마무스메가 보였다.

훈련 중인가. 힘들겠네. 그나저나 중앙 트레센 학원은 여기서 꽤 멀 텐데, 이런 곳까지 달리는 건가. 대단하네. 나는 절대 못하는 일인데. 아니면 우마무스메한테는 평범한 정도의 거리인 걸까?

그렇게 보고 있는 와중 순간 우마무스메가 고개를 돌렸고 아주 잠깐 나와 눈이 마주쳤다. 괜히 계속 보는 것도 실례라 생각해 고개를 돌렸다. 저런 축 처진 모습, 나라면 보이고 싶지 않을 테고.

“아, 아야베 씨?!”

음, 아까의 그 우마무스메 쪽에서 뭔가 목소리가 들렸지만, 전혀 모르는 이름이라 무시했다. 다른 누구를 발견했던가,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던가. 그런 거겠지, 아마.

어쨌든 내 이름은 아니니까, 반응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에? 에? 어, 어라?”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잘 들리지는 않았다.

거기까지는 사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였다. 그냥, 훈련하는 우마무스메를 본 정도의, 아무 의미 없는 일. 사흘 뒤에 일어난 일만 아니었다면.

비가 오는 날은 싫었다.

왼손은 지팡이, 오른손은 우산, 두 손이 봉인되니까, 밖에서 걸을 때 엄청 불편하다.

그 날도 아침부터 비가 잔뜩 내리고 있었다. 요 며칠 간은 계속해서 강가 루트로 다니고 있다. 그때의 그 우마무스메와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마무스메라고 해도 중앙 트레센에서 여기까지 훈련을 오기에는 좀 거리가 있었다. 안 될 건 없지만,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아마 그 우마무스메도 길을 잃었다던지, 아니면 뭔가 착오가 생겼던가 했겠지.

그래도 여기 길은 좋았다. 그럭저럭 경치가 괜찮은 편이라 보는 맛이 있었다. 지금은 비가 잔뜩 쏟아지는 중이라 이전과는 전혀 달랐지만.

힘드네. 이렇게 걷는 거.

느긋하게 구경할 시간이 아니란 건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오늘도 결국 자연스럽게 경치 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가 조금만 내렸으면 꽤 운치 있었을 거 같은데, 이렇게 쏟아지니까 역시 좀 그렇네.

옷도 꽤 젖었고, 찝찝하다. 괜히 학교 간다고 나섰나. 이런 날 정도는 쉬어도 괜찮았을텐데.

그렇다고 이미 돌아가기도 멀리 와서, 그냥 학교에 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한숨을 푹 내쉬며 걸음을 옮기는 도중, 인기척을 느꼈다.

아니, 이걸 인기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뭔가 달랐다. 뭔가… 알 수 없는 감각, 분위기, 기분,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무언가, 무언가를 나는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우마무스메’ 가 있었다.

도플갱어라도 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대도 나와 마찬가지인 걸까, 그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 감정은 공포? 그리움? 죄책감?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머리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당황한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그 순간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비 때문에 도로가 미끄러웠고, 내가 다리를 절어서 생긴 일이었다. 그리고 내 뒤에는, 언덕과 함께 수위가 오른 강이 있었다.

아주 잠깐 공중에 뜬 것 같은 그 상태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설마,

나 이렇게 죽는 건가?

이렇게 어이없게?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는 건, 이런 얘기였어?

기껏 새 삶을 받았는데, 이렇게 다시 죽어야 하는 거야?

순간 떠오르는 것은, 울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

내 손을 잡고 있는 한 우마무스메. 이건 주마등인가? 기억에 없는 얼굴, 이 아니었다. 왜 냐하면 그 얼굴은… 내 얼굴이었으니까.

내 얼굴이지만 누군지 모르는 그 얼굴이, 스치듯 지나가고, 나는 곧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얼굴과 현실이 겹쳐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와 똑같이 생긴 우마무스메’ 가 숨을 헉헉 쉬면서 나를 안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구한 것이다.

역시 우마무스메라는 걸까. 그런 상황에서 순식간에 내게 다가와서 나를 구해내다니. 그 과정에서 언덕에서 꽤 굴렀는지, 그녀가 입은 체육복이 더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일그러진 그 얼굴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울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도플갱어였지만, 왜 울고 있는 지도 모르겠지만, 나를 구해주었다.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데, 놀라서 인지 입이 열리지 않았다. 어쩌면 내 앞의 우마무스메가 계속 울고 있어서 말을 못하는 걸 수도.

우리 둘은 한참이나 그렇게, 강가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작았다. 빗소리에 묻혀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내 귀에는 그 말이 분명하게 들렸다.

너는… 대체,

대체 어떤 우마무스메인가요?

“…언니가… 미안해…. 이제, 다시는 놓지 않을게….”






정신이 이상한 우마무스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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