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달달한게 땡겨서 우유푸딩을 만들어봤습니다. 원래 요즘 푸딩의 대세는 우유+설탕+젤라틴의 심플한 레시피가 기본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젤라틴을 그닥 좋아라 하지 않는지라 젤라틴 없이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젤라틴 넣어서 만들때 워낙 쉽게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닥칠 시련은 생각도 못했으니...

1. 재료는 첫번째 사진과 같습니다. 노른자 3개에 흰자 1개. 우유 320ml, 설탕 40g, 생크림 70g, 캬라멜 시럽, 바닐라빈, 깔루아.

2. 달걀을 거품기로 풀어주면서 설탕을 넣고 잘 섞어줍니다. 그러는 동안 냄비에 우유+생크림+잘게 자른 바닐라빈을 넣고 살짝 끓여줍니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달걀이 익지 않도록 조금씩 나누어 넣으며 잘 저어줍니다. 바닐라빈이 없을 경우 바닐라향 가루나 바닐라 엣센스를 넣어줘도 되지만 역시 천연 바닐라빈이 합성향보다는 초큼 우월하지요. 문제는 후덜덜한 가격인데 남태평양이나 중남미 여행갔다오는 사람을 협박하여 한보따리 긁어오시기 바랍니다.-_-;;

3. 캬라멜 시럽에 깔루아를 살짝 넣어줍니다. 너무 많이 넣어주면 나중에 오븐에 구울때 끓어오르면서 섞일수도 있습니다. 향만 날 정도로 살짝 섞어준 다음 끓는물에 소독한 병에 깔아줍니다. 시판되는 우유푸딩의 감질맛나는 캬라멜 시럽에 분노한 적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많이 넣어줍니다.

4. 2의 우유를 체에 걸러서 알끈이라던지 바닐라 꼬투리 조각이라던지 기타등등을 걸러냅니다. 여러번 걸러낼수록 푸딩이 부드러워집니다. 서너번 정도 걸러낸 다음 저그에 담아서 병에 조심스럽게 부어줍니다. 너무 확 부어버리면 캬라멜과 섞이면서 아주 그로테스크한 광경을 볼 수 있으니 얌전히 따라주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오븐에 구워주면 끝... 입니다만 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오븐 온도와 재료 배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된 우유 푸딩이 나옵니다. 달걀이 많이 들어가고 온도가 높을수록 쉽게 단단해집니다만 잘못하면 설탕 섞은 달걀찜이 될 수 있습니다. 달걀이 너무 적게 들어갔거나 온도가 너무 낮으면 달걀물 푼 뜨거운 우유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다른 요리에 비해 재료 배합이나 온도에 아주 민감한지라 조금만 삐끗해도 참담한 결과가 나옵니다. 이거 성공시키느라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달걀 10개, 우유 한통, 설탕 반봉지, 바닐라빈에게 묵념...-_-;;

5. 레시피상으로는 130도에 한시간 구으라고 되어있지만 우리집 광파오븐 기준으로는 130도에서 20분 굽고 125도에서 35분 굽는게 딱 좋더군요. 눈물어린 고생의 결과물입니다. 살짝 기포가 올라오면서 거품이 생기는데, 이게 싫으신 분은 알루미늄 호일을 덮어주면 괜찮다더군요.

6. 잘 만든 우유푸딩은 이렇게 몽실몽실 부드럽게 완성됩니다. 젤라틴 넣은 우유젤리푸딩보다도 훨씬 더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합니다. 입에 넣으면 그냥 살살 녹아버리죠. 하지만 다시 만들고 싶진 않네요. 노엘 케이크 만든 이후로 이렇게 실패 많이 해본건 오래간만인듯...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