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스팽글리쉬라는 영화를 보면서 참 감동깊었던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인 애덤 샌들러가 일어나서 부시시한 모습으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부분이었다.
 식칼로 이것저것 썰어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마지막엔 반으로 갈라 달걀 노른자가 주르륵 흘러내리게 만드는 그 일련의 과정이 예술처럼 아름다웠는데, 알고보니 셰프에게 따로 특훈을 받아가며 만든 샌드위치였던 것. 스팽글리쉬 DVD 보너스 영상에는 이 샌드위치 만드는 방법도 나와있다고 한다.

 한손에는 샌드위치, 한손에는 신문. 앞에는 차가운 맥주. 어찌 감동받지 않을쏘냐! (개인적으로는 맥주보다는 진하게 탄 커피에 설탕 듬뿍 쳐서 먹는걸 선호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 주제가 아니라 이런 엄한 장면에 감동 직격탄을 먹는 나를 보면서 \'나도 참 별난 놈이다\'라는 자조적인 생각이 들곤 했는데, 나만 그런건 아닌 모양인듯 하다. 얼마 전엔 웹툰에서 샌드위치 특집 이야기를 하면서 따로 언급했을 정도니까.


 그런데 지금까지 한가지 몰랐던 점은 이 샌드위치의 이름이 진짜로 \'세계 최고의 샌드위치 (the world\'s greatest sandwich)\'였다는 사실이다. 구글링 해보니 이게 이 샌드위치의 정식 명칭이더만...-_-;
 이걸 흉내내면서 수십번이나 만들어 먹었건만 그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니...OTL
 그래서 그 좌절을 딛고 이름을 알게 된 기념삼아 또 한번 만들어 먹어본다.


 샌드위치라는게 원래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들어먹어도 맛있는 물건인지라, 캄파뉴 빵은 식빵으로 대체하고 몬테레이 잭 치즈는 일반 슬라이스 치즈로 대체하고, 베이컨은 스팸으로 대체하고, 토마토는 피클로 대체한... 그야말로 오리지널과는 백만광년까지는 아니어도 대략 50만광년쯤은 거리가 있는 재료샷.
 이 샌드위치의 핵심은 계란을 겉표면만 익혀서 넣은 다음 반으로 잘랐을 때 노른자가 흘러내리는 것이 관건.
 햄은 베이컨 대신 넣는 스팸인 만큼 얇게 썰어주는 것이 좋다.


 완성샷. 샐러리 잎을 곁들여서 먹는다. 토마토보다는 피클의 톡쏘는 맛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오리지널 레시피대로 만들어먹으면 또 모르지. 피클보다 토마토가 어울릴지도. 다 먹기 전에 식빵을 살짝 남겨서 노른자 흝어 먹는게 즐겁다. 다음엔 빵과 치즈를 구해서 오리지널 레시피대로 한번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샌드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