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먹은 것 같지도 않고.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예전만큼 맛있지가 않고.
책을 읽어도 금방 읽은 내용을 다 까먹고.
반가운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해도,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고.
"잘자"가 아닌 "잘살아"로 인사를 해버리고.
꿈도, 하고싶은 것도, 아무것도 없다.
내가 바라는 인생의 예제가 없어서, 난 어떻게 무얼 따라 가야 하는지
방향을 잃어버린, 그런 것 같다.
항상, 무엇을 따라서 살아 왔기 때문에...
지표를 잃어버린 문래기의 한탄.
무기력한 나의 삶.
한창 젊을 나이에, 하는 행동들은 꼭 늙은이의 것과 같고...
예쁜옷을 파는 곳에 가도, 다 그옷이 그 옷이고.
뭔놈의, 줄무늬 옷, 반짝이 옷은 드럽게도 많은지.
아우슈비츠 같아서, 평소 줄무늬 옷을 별로 안좋아하고.
돈은 많은데, 돈쓰는건 싫고.
밥을 얻어먹어서 디저트를 샀는데.
집에 들어와서도 멍한...
미국에 온 내 삶이 저주 받은건지,
나 혼자만 적응 못하고, 남들은 신나게 사는데
나 혼자만 이러는건지...
죽지 못해 사는...
하지만, 끈질기게 살고는 싶은...
언젠간 나만의 갤러리를 갖고 싶다 말하면서
정작 돈은 한푼도 없고...
홀로 내 하루하루를 걸어갈 뿐이다.
갈 길이 없지만, 그럼 길을 만들면 되지 않나 헛소리를 한다.
어쨋든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