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들 `서울대 기피`확산[문화일보]
국내 최고 대학을 자부하며 안주해오던 서울대가 국내 최우등 학 생들로부터 외면당하며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최근 몇년사이 서울대 대신 외국의 명문대로 직접 진학하는 경우 가 급증하고, 서울대에 입학했던 학생들도 중도에 외국 유학을 위해 휴학계, 자퇴원을 제출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또 최근 서울대 석·박사과정 합격생의 30% 정도가 등록조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최우등 학생들의 서울대 외면은 최 근 영어가 일반화되는데다 대학간 국제경쟁력이 치열해지면서 서 울대의 경쟁력이 외국명문대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경기과학고를 졸업하면서 ‘일본 공과대학 유학생 선발 시험’에 합격한 이상진(19)군은 서울대 전기공학부에도 합격했 지만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군은 내년 3월부터 서울대 보다 훨 씬 교육의 질과 여건이 낫다고 판단한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장 학금을 받고 공부하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중이다.

일본 도쿄대의 장학금을 받고 국내 대학을 거치지 않고 외국 직행을 택한 경기 과학고 학생만 5명이다.

올해 대원외고 졸업생으로 미국 대학입시학력고사인 SATI에서 만 점을 받고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등에 합격한 이미영(여·19)양 은 “서울대 등 국내 대학보다 미국 명문대학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공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양은 지난 해 수능시험에는 응시조차 하지 않았다.

이양과 함께 유학을 준비해온 대원외고 학생 12명도 미국 유수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으며,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 졸업생 7명도 미국과 영국의 명문 대학에 모두 합격했다.

대원 외고의 해외유학프로그램에는 현재 3학년 26명, 2학년 44명, 1학 년 82명 등으로 학년이 낮아질수록 참가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경기과학고 정재섭 교무부장은 “서울대가 세계적으로 뛰어난 학 문을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능력있는 학생 들이 외국 명문대로 진학하는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 했다.

서울대에 다니다가 학업여건에 실망해 외국 명문대로 직행하는 사례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대 자연대에 학교장 추천으로 입학한 손형빈(20) 씨는 이번 학기에 미등록제적됐다.

고교 1학년 때 국제물리올림 피아드 동메달, 2학년 때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손씨는 지 난해 8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연간 1만5000달러의 장학금을 주겠다는 제안에 미련없이 서울대를 떠났던 것.

역시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땄던 허동성(20)씨도 지난해 8 월 서울대 자연대에 휴학계를 내고 MIT로 진학했다.

서울대 학적과 관계자는 “1학기 휴학이나 자퇴생이 해마다 늘고 있으며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없지만 8월에 입학하는 외국 대학에 유학하려는 경우가 제법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서울대 자연대 박성현학장은 “최우등 학생 들에게 기초학문에 대한 강조나 투자가 열악한 서울대보다 외국 명문대학이 더 좋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며 “연구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강대중·김충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