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문대생들 '취업 이민자' 급증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인 엔지니어와 전문직업인 300여 명이 올 5월 열린 '베이에어리어 K그룹 콘퍼런스'에 참석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사진 K그룹]
서 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마친 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음향 기술 회사 돌비의 글로벌 모바일 사업 전체를 총괄하고 있는 오태호 상무. 서울에서 대기업에 근무하다 미국으로 건너와 콜로라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새너제이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전자설계자동화(EDA) 업체인 케이던스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진훈상 박사. 미국 동부의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GE헬스케어에서 최신 유방암 진단장비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이상준 엔지니어링 디렉터.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마친 뒤 팔로알토에 트랜스링크 캐피털을 설립해 실리콘밸리 굴지의 벤처투자회사로 성장시킨 음재훈 대표.
이들은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에서 석사 또는 박사학위를 받은 뒤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에 취직해 영주권·시민권을 취득한 한인 이민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실패 두려움 없이 아이디어 제안
자 녀 교육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와 소매 자영업 등으로 어렵게 미국에 정착했던 과거의 미국 이민세대와는 달리 자신의 전문지식과 역량을 무기 삼아 고액 연봉을 받는 '코리안 브레인'들이 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사이 반경 약 50㎞ 지역을 일컫는 실리콘밸리는 평균연봉이 10만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구글·페이스북·애플·인텔·시스코 등 수많은 테크놀로지 회사들의 집결지다.
이곳 기업들의 특징은 실력 있고 노력하는 사람은 인종이나 학력에 관계없이 최고로 대우해주고, 직원들이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애쓴다는 점이 다. 페이스북에서는 대학생 인턴에서부터 중역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쉽게 제안할 수 있다. 경쟁에 익숙하게 자라왔고 우수한 두뇌를 가진 한국의 고급 인재들이 꿈을 펼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인 것이다.
"국내 기업 서열·야근 문화 힘들어”
한 엔지니어 이민자는 “한국 기업에서 근무할 때는 늘 서열을 따져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상적으로 시간 때우기식 야근이 이어지는 환경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주거비가 미국에서 제일 비싼 지역임에도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에서 나오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발전시킨 개방성이 실리콘밸리의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이 최신 전기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골프와 여가를 즐기는 새로운 이민세대다.
최근에 이들이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짧은 이민 역사로 인해 아직 실리콘밸리 내 고위 경영진으로 일하고 있는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해를 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인도계와 중국계가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 삼아 서로 도와주며 성장하는 모습에 자극받았다. 2007년 초 20명으로 시작된 한인 엔지니어와 전문 직업인 모임인 '베이 에어리어 K그룹(이하 K그룹)' 멤버는 최근 2500명으로 늘었다. 힘을 모아 이익을 챙기려는 배타적인 목적이 아니라 서로가 가진 역량을 나누면서 시너지를 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K그룹은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은 새로운 이민세대를 상징하는 모임으로 성장했다.
한인 네트워크 회원만 2500명
올 5월에 열린 K그룹 콘퍼런스에는 약 300명의 한인 엔지니어와 전문 직업인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코리안 브레인들은 실리콘밸리의 주류로 성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업인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김동현 박사는 실리콘밸리 생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늘 변화하며 자유롭게 근무하는 회사, 충분한 보수와 복지, 나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전 세계 수억 명 이 사용한다는 보람, 첨단기술과 더불어 맘껏 누릴 수 있는 이곳의 빼어난 자연환경과 문화 등을 바탕으로 현재의 일과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회사의 앞날도 밝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고요.”
실리콘밸리=윤종영 페이스북 IT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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