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는 최근 미국에서 초일류급 엔지니어 다섯 명을 스카우트했다. 미국 ‘빅3’인 GM·포드·크라이슬러와 세계 2위 부품업체인 델파이 등에서 첨단 브레이크와 조향장치를 개발하던 엔지니어들이다.

만도의 이석민 인재개발실장(전무)은 “지난해 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굴지의 자동차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던 좋은 인재가 많이 나와 영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유럽·미국에서 30여 명의 해외 연구인력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그는 “올 상반기 흑자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줄었지만 인재는 미래를 보고 ‘선투자’해야 한다며 정몽원 회장이 직접 발벗고 나섰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업이 잇따라 ‘해외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콧대가 높아 국내 업체들이 영입에 엄두도 못 내던 글로벌 인재가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GM과 리먼브러더스 등이 파산해 세계적인 자동차·금융 인재들이 직장을 잃고 시장에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인재 영입에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올 초 직원 수 100명 이상의 기업 450개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인재 채용 현황을 설문 조사한 결과 38%인 170여개 기업이 글로벌 인재를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50여 명의 현지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전체 직원이 10여 명에 불과한 홍콩법인을 아시아 투자은행(IB)의 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IB 분야 최고 인재가 영입 대상이다. 지난달엔 홍콩 도이체방크의 수석 투자 전략가였던 콜린 브래드베리를 홍콩 리서치센터장으로 영입했다.

홍콩에 글로벌 리서치센터를 둔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씨티그룹 본사의 투자전략가를 지낸 아제이 카푸를 글로벌 수석전략가로 임명했다. 이어 5월엔 크레디리요네(CLSA)에서 에너지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고든 콴을 에너지산업 총괄로 채용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해외마케팅 분야에 외국인 임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정의선 사장이 직접 주도해 글로벌 인재를 찾고 있다. SK에너지도 올해 3월 유럽 최대 석유회사인 셸의 아태 지역 엔지니어링부문 책임자이던 김동섭 박사를 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연구개발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복안이다. 중국·일본도 미국·유럽에서 활약하던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이번 기회에 해외 인재들을 확보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실리콘밸리 출신 난민들의 피난처다.”

최근 중국 통신장비업 체인 화웨이의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영입된 로널드 라펜스퍼거의 말이다. 그는 IBM·지멘스 등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30여 년간 경력을 쌓았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라펜스퍼거 같은 인재를 속속 채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선진국 시장 사정에 밝은 마케팅·전략 담당 간부급이 중국 기업의 주 타깃이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도 지난달 미국 출신의 필립 카미카엘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책임자로 임명했다. 게임업체 텐센트 홀딩스는 미국인 게임 전문가 스티브 그레이를 개발 컨설턴트로 영입했다. 로이터는 “선진국의 실업률이 오르면서 최근 제조업체부터 금융회사에 이르기까지 간부급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보도했다. 국영 헤드헌팅·컨설팅 업체인 CIIC가 지난해 중국 기업과 연결해 준 해외파 간부급 인력은 1000명 정도다.

일본의 스카우트 대상은 뉴욕 월가의 인력이다. 월가의 구조조정으로 인력시장에 쏟아져 나온 금융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의 유럽·아시아지역 법인을 인수한 노무라증권이 적극적이다. 2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조만간 미국법인 인력을 40% 늘릴 계획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꿈에도 생각지들 않았을 국내무대마저 이젠... 국내 토종들이 설 자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