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오질 않았다.

숙소의 베란다로 나가자 시린 가을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손을 바라봤다. 내 손에는 굳은 살이 박혀있었다. 하지만 믿지 못하겠다. 몇 번이고 이제껏 던져왔지만 최근에서야 롯데의 선발투수라는 이름을 내밀 수 있을 정도였다. 나 자신에게 실망한지 여러번....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속으로 물어보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내일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생각했다. 다리를 높이 올리고 팔을 뻣어내어 손끝에 전달되는 힘으로 공을 던진다. 상상은 잘 됐다. 이제껏 해왔던 것 처럼. 감았던 눈을 뜨고 난간에 팔을 올려 턱을 괸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짙은 남색이 가을하늘에 퍼져있었다. 별들은 구름에 가려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저 너머에 별들이 있음을 안다.

주먹쥔 손에서 땀이 나왔지만 금새 식고 말았다. 이윽고 손은 흩날리는 로진백처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가을바람에 시려서 그런것일까. 주먹을 더욱 꽉 쥐었다. 미세한 진동은 어느새 잦아들었다.

붉게 물든 주먹을 보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시뻘중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득 웃음이 터져나왔다. 몇십번이고 돌려본 영상속에서의 내 얼굴은 언제나 시간이 지나면 홍시처럼 빨갛게 물들어지곤 했다. 스스로 봐도 웃긴것을 야구팬들은 웃기지 않겠느냐는 당연한 사실. 그래. 야구팬들이 슬퍼하면 선수들도 슬퍼한다. 선수들이 기뻐하면 야구팬들도 기뻐한다. 당연한 것이였다. 지금 흔들리는 미트처럼 불안한 마음은 롯데의 모든 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있게 가자. 당당하게 가자.

손바닥과 볼을 쌔게 부딧쳤다. 정신이 확 들었다. 내일 선발을 맡은 사람이 컨디션조절도 실패하면 안됀다. 숙소안으로 들어왔다. 따뜻한 온도에 아까 스스로 때린 볼이 화끈거렸다. 지금 내 볼은 시뻘건색일까.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김원중 선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