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성민규 단장은 “나종덕이 어깨가 워낙 좋다”며 “투수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지켜보는 단계”라고 했다. 성 단장은 작년 부임 초기 나종덕에게 “투수 한 번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넌지시 물어봤다고 한다. 당연히 “에이, 없어요”라고 할 줄 알았던 나종덕은 뜻밖에도 “언제 한번 해보죠”라고 답했다. 그 말을 성 단장은 잊지 않고 있었다.

나종덕은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 중반 왼쪽 팔목을 다쳐 귀국했다. 왼손을 다쳐 포수와 타자 훈련이 어려웠던 그에게 성민규 단장이 투수 훈련을 제안했다. “당장 나종덕을 투수로 쓰겠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실험을 해보는 겁니다. 스카우트로 쌓아온 오랜 경험으로 봤을 때 나종덕은 충분히 투수로 잠재력이 있습니다.”

성민규 단장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스카우트로 10년간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스카우트로 활동하던 당시 ‘그레이트 레이크 룬스(LA 다저스의 마이너리그 팀)’에서 포수로 뛰었던 한 선수를 눈여겨 봤다고 했다.

“그 포수는 앉아서 송구를 해도 2루수나 유격수 벨트 쪽으로 딱 공이 가더라고요. 저렇게 빠르고 정확한 공을 던지는데 왜 투수를 하지 않을 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방망이도 별로였거든요. 아니나다를까 투수로 전향하더니 엄청난 성공을 거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