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롯데그룹의 성장축을 담당해온 롯데케미칼이 올해 들어 잇따른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업황 부진과 대산공장 폭발사고로 생산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일 갈등까지 재점화된 탓이다. 업계에선 이같은 '삼중고'로 롯데케미칼이 추진 중인 신사업까지 발목이 잡힐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은 지난 4일 폭발사고 여파로 총 7개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대산공장 내 납사 분해 센터(NCC)에서 사고가 나면서 BTX(방향족·벤젠 톨루엔 자일렌), BD(부타디엔), EG(에틸렌글리콜)1, PE(폴리에틸렌)1, PP(폴리프로필렌)1, PP2 등 연결 공정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해 시작된 미·중 무역갈등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수익성 하락이 예상됐던 롯데케미칼의 실적은 이번 사고로 한층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산공장이 생산하는 에틸렌은 연간 110만t으로, 회사의 국내 총 생산량에서 48% 가량을 차지한다. 또 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 매출은 이 회사 전체 매출액의 21.8%에 해당되기도 한다.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는 악화된 실적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올해 영업이익을 작년(1조1076억원) 대비 39% 줄어든 6687억원으로 전망했으나, 사고 직후 이 전망치는 3966억원으로 낮아졌다.

실적 악화 우려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한·일 관계 악화라는 악재도 맞닥뜨리게 됐다. 양국 정부의 상호 입국 제한 조치가 한국와 일본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롯데에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광윤사와 롯데홀딩스에서 시작되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롯데그룹 특성상 국내에선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 매번 타깃이 됐다.

문제는 그룹의 주력사업인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화학사업 육성 계획 차질도 예상된다는 점이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은 이달 초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의 석유화학 기업 인수·합병(M&A)를 추진하는 등 석유화학 분야에서의 사업 확장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국제한 조치로 사실상 한·일 경제 교류가 차단된 상황에서 일본기업의 인수 등 공격적인 사업 전개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한·일관계 악화때마다 롯데가 거론되는 만큼 한동안은 사업 확대보다는 분위기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