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지인들에게 수억 원을 빌려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를 받는 래퍼 마이크로닷(27·신재호) 부모의 항소가 기각되고 징역형이 선고됐다.

24일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형걸)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신모(62·남)씨와 어머니 김모(61·여)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3년과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피고인들은 범행 당시 채무 초과상태에서 편취의 고의로 돈을 빌린 것으로 인정 된다"며 "당시 재산도 원심이 감정평가서, 금융기관 대위변제확인서 등 객관적 자료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화폐가치를 고려할 때 피해 규모가 심각한 데다 일부 피해자는 오랫동안 괴로워하다 숨지기도 했다"며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추가 공탁금을 냈으나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자진 귀국해 수사를 받은 부부는 자수에 의한 형량 감경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적극적 감경 사유에 해당하는 자수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김 씨는 상급심 형 확정 전까지 피해 회복을 위한 조건으로 법정구속하지 않은 원심을 유지했다.

신씨 부부는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며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이웃 주민과 친인척 등 14명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4억여 원을 빌린 뒤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이 뉴질랜드로 간 직후 피해자 10명이 고소한 데 이어 '빚투' 논란이 벌어진 2018년 4명이 추가로 고소장을 냈다.

인터폴 적색수배에도 귀국을 거부하던 신 씨 부부는 국내 변호인을 통해 고소인 14명 중 8명과 합의한 뒤 지난해 4월 자진 귀국해 경찰에 체포됐다.

신 씨 부부는 일부 피해자들에게 변제했으나 아직 원금 일부를 갚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1심 청주지법 제천지원 형사2단독 하성우 판사는 "20년간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신 씨에게 징역 3년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김 씨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후 신 씨 부부와 검찰은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쌍방 항소했고 지난 3월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도 1심과 같은 실형이 구형된 바 있다.
김은지(kej@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