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선수들의 컨디션, 운용법 등을 물을 때마다 답은 간결명료하다. 외부를 통해 드러내는 자신의 말이 선수단에 끼칠 수 있는 영향, 자칫 상대팀에게 공략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 탓이다. "매 경기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는 자신의 야구관에 걸맞은 모습이다.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갖는 KT 위즈전을 앞두고도 허 감독의 소통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허 감독은 이날 외야수 손아섭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손아섭은 최근 4경기 연속 안타, 이틀 간 2루타만 5개를 치는 등 타선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허 감독이 밝힌 라인업 제외 이유는 옆구리 통증. 하지만 허 감독은 "어떤 방향인지는 체크를 해보지 못했다. 허리가 안 좋다고 하는데 아직 훈련 상황을 보지 못했다. 대타 정도는 나설 수 있을 것 같은 데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거나 비슷했다. 허 감독은 전날 승리 투수가 됐던 아드리안 샘슨을 두고도 "커멘드가 좋았던 것 같다. 상대 타자 약점을 잘 파고 들었다"고 할 뿐이었다. 최근 타격 상승세 비결에 대해 '비밀'이라고 말한 딕슨 마차도를 두고는 "내가 변화를 준 것은 크게 없다. 컨디션 조절을 잘 해주려 하고 있다. 타격 코치들이 잘 만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불펜 대기가 길어지고 있는 마무리 투수 김원중을 두고는 "경기 중 어떤 상황이 될 지 모른다. 다음 경기에 던질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동안 길게 안 던져 오늘 쓸 수도 있다. 나는 쉬는 게 맞다고 보지만 선수들은 불안해 할 수도 있다. 생각의 차이지만, 선수가 불안하다면 던져야 하지 않겠나. 나는 안 던지게 하고 싶다"고 했다.

현장 총사령관인 감독은 구단을 대표하는 얼굴이기도 하다. 선수단에 쏠린 관심, 최근 상황, 앞선 경기에서 벌어진 상황들 모두 감독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노련한 지도자들은 이런 외부 소통을 통해 선수들에게 직접 전하지 못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때론 속내와 다른 화법을 통해 동기부여 내지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벽을 쳐놓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초보 감독' 꼬리표를 떼지 못한 허 감독이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