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에서 경영권은 원래 주주에게 있음.

그 경영권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임원(=이사, 대표이사)이고 그래서 임원들의 계약은 부장급 이하가 해당되는 근로계약(고용계약)이 아니고 위임계약이다. 위임계약은 우리가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회계사를 선임하는 것도 위임계약이며, 이는 회사의 대표이사에 대한 계약과 같은 종류이다.

즉, 회사의 임원은 부장급 이하의 직원과 전혀 달리 돈주고 선임한 변호사, 회계사나 비슷한 계약인 것이다. 그래서, 회사의 부장, 과장, 대리, 주임을 짜르는 것은 "고용계약의 해지" 줄여서 "해고"이나 회사의 대표이사, 이사, 임원, 변호사, 회계사와 관계를 종료하는 것은 "위임계약의 해지" 줄여서 "해임"이라고 한다.

이때, 경영권을 위임받은 임원이 원래 경영권의 주체인 주주로부터 본래적 경영권을 빼앗아 온다면 경영권 찬탈이라고 할만한데...

법상 가능하기는 한데 장애물이 하나 있다.

주식회사는 주식 표대결로 결정되기 때문에 주식수를 누가 많이 가지고 있는가, 즉, 주식보유비율이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한다.

이때 기존 주주의 주식보유비율을 낮추는 것은 그 기존주주가 주식을 팔도록 하거나, 주식발행수를 늘리되 기존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발행함으로써 "기존주주의 주식보유비율에 물타기, 즉, 희석"을 통해 가능해진다.

그리고 기존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이사회의 의결로 가능하므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면 제3자에게 주식을 엄청 발행함으로써 기존주주의 주식보유비율을 49% 이하로 떨어뜨릴 수가 있다.

이럴 경우 기존 주주는 바보가 되는 상황인데, 이와 관련하여

1) 상법에서는 "제3자가 주식을 취득하고 대금을 납입하여 주권(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기 2주일 전까지 기존 주주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2) 또 법인은 정관(=법인의 헌법)을 만드는데 그 정관에서 제3자에 대한 주식발행에 관한 이사회의 권한을 제한할 수도 있는데 대부분 법인에서는 1)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따로 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만약 위임받은 임원이 경영권을 찬탈하려면 기존 주주에게 사전에 통지하여야 하는데 기존 주주는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고 주주총회에서는 기존 이사들을 해임할 수 있으므로, 기존 이사가 해임당할 각오를 하지 않는한 현실적으로 기존 주주에 대한 물타기를 통한 경영권 찬탈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주주에게 여러가지 도덕적 하자가 있다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여론전 등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곤란한 상황이 되거나 또는 기존 임원이 자신에 대한 주주총회의 해임의결이 문제가 있다고 다투는 상황이 된다면 경영권 찬탈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위에서 적었듯이 2주일간만 기존 주주의 손발을 묶어놓을 수 있다면 가능하기 때문...

기존 주주가 주주총회를 개최해서 "쿠데타를 진압"하기 애매할 정도로 여론전이 전개된다면, 아마 경영권 찬탈 쿠데타를 시도한 반란군은 기존 주주에게 "어차피 49% 미만으로 주식비율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데 새로운 주주가 가격을 후하게 쳐준다고 하니 먹고 떨어져라"라고 타협을 시도할 수도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