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한화의 토종 마운드는 절대적으로 ‘마산형제’ 김민우(26)-강재민(24)에 기대고 있다. 둘은 마산중, 용마고를 2년 터울로 나온 동문이자 한화 입단 이후에도 막역한 우애를 자랑한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대전에서 몸을 만든 두 사람은 새 신랑인 김민우의 처가가 있는 경남 거제로 미리 내려가 훈련을 시작했다. 함께 훈련을 하고 김민우의 장모님에게 거한 저녁상을 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지난해에도 한화 마운드를 지탱하는 역할을 했던 둘의 기세는 올해 더욱 단단해졌다.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고는 따로 보직의 제한을 두지 않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선발 김민우’ ‘불펜 강재민’은 건드리지 않는 철칙과도 같다. 그만큼 둘의 기록이 좋다.

2015년 데뷔 후 처음으로 지난해 선발로서 제대로 된 시즌을 치렀던 김민우는 26경기에 나와 5승10패 평균자책 4.43을 기록했다. 2018년에 이어 데뷔 한 시즌 최다승인 5승을 한 번 더 찍었으며 투구이닝도 규정이닝(144이닝)에 약간 모자란 132.2이닝을 던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자신의 1차 목표였던 이닝은 52경기를 치른 8일 현재 65이닝으로 넉넉하다. 게다가 최다승 기록을 지난 8일 7승으로 늘렸다. 7승3패에 평균자책 3.60으로 데뷔 이후 최고다. 무엇보다 지난달 9일 LG전 3.1이닝 6실점 강판을 제외하고는 꼬박꼬박 5이닝을 넘기는 안정성을 보였다.

데뷔 2년차 강재민의 기세는 눈부실 정도다. 지난해 개막 한 달 후 최원호 감독대행의 부임이후 본격적인 기회를 받았음에도 50경기에 나와 1승2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 2.57을 기록했다. 불펜요원 중에서는 최다홀드에 윤대경에 이어 불펜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이었다.

이 수치가 올시즌에는 더욱 낮아졌다. 현재 23경기를 나온 강재민은 2승 3세이브 5홀드에 평균자책은 무려 0.64다. 올시즌 5이닝 이상을 투구한 KBO 리그 투수 중 가장 낮다. 지난달 5일 삼성전에서 0.2이닝 1실점을 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10경기에 나와 자책점이 없다.

한화 투수 강재민. 한화 이글스 제공
둘의 더욱 강력한 시즌을 만들어준 것은 공통적으로 슬라이더였다. 김민우는 부상에서 돌아온 2019년 이후 직구와 포크볼을 주구종으로 구사했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패턴이 읽히자 난타 당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올시즌을 앞두고는 횡으로 변하는 슬라이더에 중점을 뒀다. 실제로 구사율도 지난해 1.9%에 훨씬 웃도는 12%를 구사 중이다. 그러자 지난해에 비해 ‘볼삼비(볼넷 대비 삼진비율)’가 1.72에서 1.87로 상승했다.

강재민의 경우는 슬라이더가 원래 장기였다. 지난해 33.5%였던 구사율을 45.7%까지 끌어올렸다. 더불어 직구 비율도 10% 가까이 높여 커브를 줄이고 투피치로 자리잡았다. 강재민의 슬라이더는 RPM(분당회전수)이 평균 2850, 최대는 3200에 달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올시즌에는 구속은 늘리면서 떨어지는 각이 작은 슬라이더와 구속을 줄이고 각을 키운 슬라이더 등 두 가지를 나눠던진다. 8일 키움전에서도 8회 만루 위기에 등장해 김혜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구종도 슬라이더였다.

수베로 감독은 최근 닉 킹험과 4, 5선발의 부재 그리고 이에 따른 대체선발 후보 경선을 위해 불펜요원 윤대경까지 선발로 시험하는 중이지만 김민우, 강재민의 자리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그리고 투구일과 이닝, 투구수 등을 세밀하게 관리하며 무더위를 대비하고 있다. ‘마산형제’의 위력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곧 있을 도쿄올림픽 엔트리 발표 그리고 하반기 순위싸움에서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